[이슈분석] 시대 상황 따라 변화한 에기본…3차 에기본 남은 과제는?

국가 에너지기본계획은 지난 2008년 처음 수립됐다. 올해 마련하는 계획은 3회차다. 에기본은 국내외 에너지 수급 상황과 전망에 맞춰 5년마다 20년을 바라보는 중장기 전망을 담는다.

1차 에기본은 2030년까지 계획을 담았다. 2차는 2014년에 만들어져 2035년까지, 3차는 2040년까지 전망을 담는 식이다. 20년 후 목표를 세우고 주력 에너지원을 중심으로 정책 목표를 제시한다.

◇3차 에기본, 재생에너지 비중 공격적 확대

올해 수립한 3차 에기본의 가장 큰 특징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 범위를 30~35%로 제시한 것이다. 1차와 2차에서는 11%에 그쳤던 재생에너지 비중을 3배 이상 늘렸다.

재생에너지 비중을 급격히 높인 것은 지난 2017년 말 발표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재생에너지 3020' 정책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정부는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내놓으면서 신규 원전 건설 중단과 노후 원전 중단 계획을 발표했다. 아울러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 최대 20%까지 끌어올리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실제 지난해 태양광 보급을 확산하면서 2017년까지 누적 보급용량 3분의 1에 해당하는 2027㎿ 설비가 지난 한 해 동안 한꺼번에 보급됐다. 3차 에기본에서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30% 넘게 잡으면서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강화된 것은 3차 에기본이 처음은 아니다. 1차 수립 당시만 해도 대외적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요구가 컸다. 화석연료 자원 고갈과 기후변화 등 인류 전체에 다가올 미래 위협에 국가적 연대가 필요했다. 대안으로 꼽힌 것이 원전과 재생에너지였다.

1차 에기본에서는 2006년 2.24%에 그친 재생에너지 보급률을 2030년까지 11%로 확대하는 것을 제시했다. 2006년 당시 선진국 대비 70% 수준이던 재생에너지 기술을 2030년까지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계획도 포함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달라진 원전 위상

1차 에기본 수립 때만해도 원전 비중은 2030년까지 지속적으로 높일 방침이었다. 2006년 26%이던 설비 비중을 41%까지 올리겠다는 복안을 세웠다. 신규 원전 부지 확보 계획도 앞당겨졌다.

이산화탄소 저감을 위한 대안으로서 원전은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 아울러 안정적인 에너지원 확보를 위해 자원 외교가 활발히 이뤄졌다.

그러나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원전 안전성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원전 비중 축소가 시작된다. 2035년까지 계획을 다룬 2차 에기본에서 원전 비중 목표는 29%로 낮아졌다.

원전 등 대규모 집중형 발전시설 확대 방식에서 벗어나 분산형 전원을 활성화함으로써 국민이 받아들이는 불안감을 해소하고 다양한 계통 안정화를 꾀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2차 에기본에서 강조된 것이 에너지 믹스다. 에너지 수급과 환경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에너지 안보, 온실가스 감축 효과, 산업 경쟁력, 수용성 등을 고르게 반영하자는 것이었다.

이번 정부 들어 국민 안전을 최우선 고려하면서 석탄 발전 비중과 원전 축소 등이 본격화됐다. 노후 석탄발전 조기 폐쇄와 원전 축소 등에 속도가 붙었다.

◇3차 에기본, 남은 숙제는

에기본은 5년마다 계획을 세우면서 그때마다 달라진 시대상황과 기술변화에 발맞춰 변화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높여서 에너지 수급을 맞추겠다는 정부 의지가 얼마나 실현 가능할 지는 미지수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주요 발전원으로 성장하기에는 기술 발전 속도가 더디다는 점에서다. 일본이 다시 원전 비중을 늘리는 것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은 지난해 2030년까지 계획을 담은 제5차 에너지기본계획을 수립했다.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감축 목표를 2013년 대비 26% 감축하는 방안을 담았다. 또 2030년 전원 구성 목표율을 석유 3%, 석탄 26%, LNG 27%, 원자력 20~22%, 재생에너지 22~24%, 바이오메스 3.7~4.6%, 지열 1.0~1.1%로 설정했다. 재생에너지와 함께 원전 비중을 되레 확대했다.

업계 관계자는 “3차 에기본에서 재생에너지 확대를 강조한 점에선 이견이 없다”면서도 “산업과 경제가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에너지원 확보도 필수”라고 지적했다.

이경민 산업정책(세종)전문 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