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보신각종이 울리던 그때, 당신은 분명 한 가지를 다짐했을 것이다. 올해야말로 지긋지긋한 살과의 결별을 고하겠다고…. 닭가슴살과 샐러드로 구성된 과감한 도시락을 꾸역꾸역 먹는 것은 물론 큰마음 먹고 예쁜 운동복, 운동화를 사고 피트니스 센터에 등록했을 것이다.
그러나 설날이 지나기 전에 당신의 의지는 꺾이고 말았다.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핑계가 다이어트를 방해한다. 잦은 술자리와 냉장고 가득 쌓여있는 캔 맥주, 주전부리는 그 어떤 것보다도 달콤하다. 그렇게 또 다이어트는 그렇게 남의 이야기가 돼버렸다.
최원준(직장인, 35세)씨 역시 작년까지는 그랬다. 업무 특성상 근무시간에는 책상 앞을 거의 벗어나지 않았다. 회식이 잦아 날이 갈수록 허리둘레가 늘었다. 집에 돌아오면 지쳐 쓰러지기 일쑤고 주말에는 소파와 한몸이 됐다. 동네 피트니스 센터에는 사용료가 아닌 기부금을 내는 생활이 이어졌다. 그러나 올해 1분기에만 7㎏을 감량했다. 평소 좋아하던 게임을 이용한 운동을 알고부터다.
그는 “게임으로 하는 다이어트는 재미있다는 것이 최대 강점”이라며 “하고 싶은 걸 골라서 할 수 있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고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씨는 콘솔게임과 '즈위프트'를 이용했다.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게임은 유비소프트가 개발한 '저스트댄스 2019'다. 최신 인기곡부터 꾸준히 사랑을 받아온 노래와 커버댄스가 수록됐다. 싸이 '뉴페이스', 블랙핑크 '뚜두뚜두' 등 K팝도 포함됐다. 최근 공중파 방송에 나오며 유행하기 전부터 애용했다. 화면에 나오는 음악을 따라 추면 점수가 계산된다. 오프라인에서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플레이할 수 있다. 결과는 서버에 저장돼 세계 이용자와 점수 경쟁을 한다.
최 씨는 저녁식사 후 부인과 설거지 내기, 음식물쓰레기 버리기 등 내기를 했다. 이 씨는 “내기가 다이어트 원동력”이라며 “쉬울 것 같지만 10분 정도 하고 나면 땀에 흠뻑 젖을 정도로 운동량이 많다”고 강조했다.
부인이 늦는 날은 닌텐도 '피트니스 복싱'으로 쉐도우 복싱을 했다. 조이콘을 쥐고 리듬 게임 감각으로 잽, 스트레이트, 어퍼컷, 위빙, 더킹 등을 했다. 두달을 꾸준히 하니 팔과 허벅지 그리고 옆구리 등에 탄력이 생겼다. 20~40분으로 이뤄진 스테이지를 깨고 나면 방바닥에 물웅덩이가 생길 정도로 땀을 쏟아냈다. 하지만 하는 동안에는 재미있어서 고통을 잘 느끼지 못 했다.
피트니스 복싱은 데일리 트레이닝을 통해 15분, 25분, 35분 시간 조절부터 팔, 다리, 허리, 어깨, 전신 등 부위까지 설정해 플레이할 수 있다. 난이도 조절도 가능하다.
몸이 가벼워지는 것 같자 빨래 건조대로 사용하는 자전거에 시선을 돌렸다. 2017년 큰 마음먹고 비싼 자전거를 샀지만 몇 번 타다가 발코니에 뿌리를 박은 듯 서 있는 자전거였다. 주위에서 추천한 즈위프트를 하기 위해 롤러도 샀다.
즈위프트는 실내 사이클이다. PC와 연동해 즐긴다. 실제 자전거를 타는 동안 발생하는 케이던스(RPM)와 파워미터, 심박을 전송해 게임 속 캐릭터가 같은 데이터로 달린다. 전 세계에 있는 다른 플레이어와 실시간 자전거 경주 경쟁을 할 수 있다. 경쟁 사이클링 외에도 다양한 모드를 지원한다.
최 씨는 “예전에는 게임을 하고 있으면 부인에게 구박받기 일쑤였다”며 “지금은 같이 하는 것은 물론 먼저 운동량이 있을 것 같은 게임을 찾아와 제안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