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카자흐스탄이 무역, 산업, 과학, 금융 등 9개 분야 중장기 협력 방향을 담은 '프레시 윈드' 프로그램을 채택했다. 양국 간 협력 다변화로 무역, 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5세대(5G) 이동통신,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협력도 확대하는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카자흐스탄을 국빈 방문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과 아코르다 대통령궁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실질 협력을 약속했다. 카자흐스탄은 중앙아시아 내 우리나라 최대 교역·투자국이다.
문 대통령은 토카예프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했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나자르바예프 초대 대통령이 사임하면서 3월 20일 취임했다.
두 정상은 올해 양국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 10주년을 맞아 관계를 내실화하고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키기로 했다. 양국은 1992년 외교관계를 수립한 이후 교역 규모가 확대됐다. 지난해 양국 간 교역액이 22억달러로 1992년 대비 220배 성장했고, 인력 교류도 9만명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문 대통령은 카자흐스탄을 신북방 정책의 중요한 협력 파트너로 지목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신북방정책'과 카자흐스탄이 추진하고 있는 국가발전전략 '카자흐스탄-2050' 간 연계를 통해 한반도와 유라시아 대륙의 공동 번영을 함께 이뤄 나가자고 제안했다.
양 정상은 중장기 신규 경제 협력 프로그램으로 '프레시 윈드'를 채택했다. 상호 간 무역·투자 증진과 중소기업 협력 강화가 골자다. 관련 부속서는 2022년까지 산업·자원·에너지, 과학·기술, 교통·물류, 금융, 농업, 보건의료 등 분야별 협력 방향을 담았다.
5G, 빅데이터, IoT, AI, e-헬스 등 ICT 산업 분야에서도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양국 공동으로 3년 동안 정보기술(IT) 협력 센터를 운영, 공동 프로젝트는 물론 IT 컨설팅 사업 등을 추진키로 했다. 우주 분야에서도 협력한다.
두 정상은 회담 직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양해각서(MOU) 7건에 대한 서명식에 참석했다. 이를 포함해 정상회담 계기로 양국이 교환한 MOU는 자동차 조립공장 설립, 로봇수술기 수출 등 총 20여건이다.
문 대통령은 토카예프 대통령에게 최근 한반도 정세와 우리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정책을 설명하고 변함없는 지지와 성원에 사의를 표했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 한반도 평화 정착 노력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화답했다.
두 정상은 카자흐스탄의 비핵화 경험이 한반도 비핵화에 유용한 참고가 된다고 보고 이에 관한 양국 간 협의를 지속하기로 했다. 카자흐스탄은 자발적 핵 포기 국가로서 '핵무기 없는 세상' 구현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 1991년 세미팔라틴스크 핵 실험장을 폐쇄하는 등 당시 세계 4위 규모의 핵무기를 포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저녁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초대대통령도 만나 비핵화 경험을 공유했다. 문 대통령은 앞서 현지 프라브다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카자흐스탄은 스스로 비핵화의 길을 선택, 그 결과 정치적 안정과 경제적 번영을 성취했다”며 “카자흐스탄의 비핵화 경험과 지혜는 한반도 평화의 여정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토카예프 대통령은 회담 직후 문 대통령에게 '도스특(Dostyk)' 훈장을 수여했다. 훈장은 카자흐스탄 정부가 국제 평화·협력 증진에 공헌한 외국인에게 수여하는 최고 훈장이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