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권 정보기술(IT) 외주 개발자의 안타까운 사망 소식이 전해지면서 금융권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그동안 IT 외주 개발자는 수당 없는 야근이나 발주처 '갑질'에 사실상 무방비로 노출돼 있었다. 특히 최근에는 금융권 차세대 시스템 구축 일정이 몰리면서 환경이 더 열악해졌다.
이런 가운데 KB국민은행이 금융권 최초로 'IT 외주 개발자 복지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이 IT 외주 개발 직원 대상으로 '마음관리 수행 제도'를 도입한다. KB가 추진 중인 차세대 '더 케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모든 IT 직원을 위한 복지 프로그램이다.
마음관리는 삼성전자가 협력사 상생을 위해 도입한 제도다. 이를 금융사가 IT 개발 인력 관리 체계에 맞게 변형했다. 우선 팀장, 직원 등 직책별 사무공간 차별을 없애고 외주 IT 인력에게도 동일한 1인당 사무공간을 제공한다.
국민은행 미래IT추진부 관계자는 “시스템통합(SI) 외주 직원들이 프로젝트 기간 동안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기 위한 조치”라며 “중장기로는 이들 전문인력을 은행에서 흡수해 양성하는 방안까지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IT 외주 직원을 위한 인센티브제도 도입한다. 프로젝트 수행에서 성과를 낸 직원을 포상하는 '하이 퍼포머(High Perfomer)' 제도다. 매월 20명씩 차세대 수행사 직원의 성과물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현금에 준하는 상품 등을 지급한다. 전사로 제도를 확산할 예정이다.
또 KB 차세대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IT 개발자 대상으로 '웰컴 행사'를 연다. 현재까지 투입된 455명 직원에게 환영 선물을 지급했다. 각 개발부서장들의 환영 퍼포먼스 등을 병행한다.
IT부서가 입주해 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 건물과 서울 여의도 서관, 염창동 IT센터에는 별도 스넥코너를 구축, 운영한다. 수시로 회의할 수 있는 회의실은 물론 휴게소, 스넥바 운영을 통해 근무시간에도 자유롭게 활동하며 쉴 수 있는 조직운영 방안을 확정했다. 이르면 다음 달부터 가동한다.
이 외에도 IT 외주 인력이 근무 시 애로점이나 고충을 편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더 케이 소통함'도 운영한다. 프로젝트 참여 인력은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KB국민은행은 이를 토대로 '신명나는 일터만들기'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더 케이 프로젝트 일하는 방식 10가지를 담은 별도 포스터를 IT그룹 근무처 곳곳에 부착하고, 스마트워크도 적용할 계획이다.
최고정보책임자(CIO), IT본부장 월례회의를 통해 경영진과 소통할 수 있는 메신저 체계도 도입할 예정이다. 또 유대관계와 소속감 증대를 위해 별도 회의비도 지원한다.
수직적 조직체계 정비를 위해 임직원 갑질 행위나 비상식적인 업무 지시 등은 철저하게 감사해 엄벌하기로 했다.
이우열 KB국민은행 IT그룹 전무는 “그간 SI 종사자를 위한 복지 체계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었다”며 “내부직원과 외부직원 구분 없이 소속감을 갖고, 업무에 대한 성과를 받으며 불평등한 처우를 받지 않는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표]KB국민은행 마음관리 수행 제도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