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케이블TV(CATV)시스템 개발과 서비스 회사에 입사해서 정보기술(IT)업계에 투신한 지 어언 30년이 됐다. 당시 국내 유료방송 시스템 공급과 서비스가 주력 사업이던 기업의 기술국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언젠가 통신방송융합 산업이 도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양방향 주문형 방송 서비스를 실현할 인재가 되고 싶은 희망과 꿈을 이루기 위해 주경야독으로 노력했다. 이후 전전자교환기(TDX)회사 중앙연구소를 거쳐 모 CATV 방송 개국에 기술자로 참여했으며,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서비스 관련 벤처를 창업하고 연관된 기업에 근무하는 등 통신방송융합 산업 발전의 현장에 오랫동안 종사했다.
지난 세월을 돌이켜볼 때 성과는 학업이든 직업이든 올바른 판단으로 진로를 잘 선택하고 얼마나 끈기 있게 추진하느냐에 따라 결정됐다. 필자가 관여한 대표 양방향 통신방송 융합서비스인 IPTV가 시장 규모만 4조원대를 넘어서고, KT를 포함한 통신 3사에 가입한 가구 수도 전체 가구의 80%를 훌쩍 뛰어넘는 1670만 가구에 도달했다.
넷플렉스를 위시한 유튜브의 가파른 매출 상승에서 보듯 세계에 IP 기반 미디어가 보편화돼 있는 것을 보면 격세지감이다. 증강현실(AR)·가상현실(VR)로 인한 체감형 서비스 도입과 5세대(5G) 통신 기반 무선 IPTV 확산은 차세대 양방향 미디어 융합 서비스로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이다. 이런 결과가 명확하게 나타남에도 산업 초기에는 기술과 서비스 도입을 위한 미진한 정책과 일부 이익단체의 몰상식 및 편견으로 세계로 진출하고자 하는 관련 기업의 발목을 붙잡는 일이 허다했다.
가까운 사례로 금융 산업 선진화와 건전한 신용 질서로 공정한 금융 거래 관행을 확립해서 수요자인 국민의 재산권을 보호하고 경제 발전에 이바지한다고 하는 금융위원회조차 신뢰성과 공정성을 핵심으로 하는 블록체인 시대 도래를 간과하고 오히려 암호화폐 도입 당시에 '암호화폐 거래 전면 금지를 포함한 규제안을 검토한다'는 정책을 발표, 국내는 물론 세계 암호화폐 경제를 뒤흔든 적도 있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의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블록체인 기술력이 미국과 비교해 76.4% 수준으로 2.4년 개발 격차가 나고, 중국조차 78.9%로 이미 우리를 앞질렀다고 한다.
다행히 최근 금융위가 전향으로 입장을 선회, 혁신금융서비스 도입에 '디지털 부동산 수익증권 유통 플랫폼'을 포함한 다양한 블록체인 관련 서비스를 도입하고 공공서비스 시범 사업 등 정부 연구개발(R&D) 과제에 블록체인 부문 지원 사업이 확대되는 것에 천만다행으로 여긴다. 물론 아직도 블록체인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 전면에 대해 정부와 국회의 입장 정리가 지지부진함을 보이고 있지만 진행되고 있는, 규제 없이 블록체인·암호화폐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블록체인 규제 자유특구' 샌드박스 정책이라면 국내 기술과 서비스가 글로벌 진출을 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된다.
비록 일부 회사가 스캠 논란, 비윤리 경영, 해킹으로 인한 고객 투자금 손실 등 사회·경제에 미친 막대한 악영향이 있었음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정보화 혁명을 성공으로 이끈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도 선도하려면 적극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산업을 육성해야 하는 마당에 개인정보 보호라는 피할 수 없는 양립 상황도 슬기롭게 극복해야 하듯 국산 블록체인 관련 핵심 기술 개발 스타트업 기업도 적극 지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기를 고대한다.
한국 총 R&D비가 세계 5위 수준이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 비율도 세계 1위라는 사실에도 연구 성과가 세계 하위급 수준이며, 공공 R&D의 경제 효과도 미흡한 것은 방향보다 실적 우선에 따른 결과가 아닌지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무한 경쟁의 경제 전쟁에서 이기려면 미래에 대한 올바른 청사진과 우위 가능한 전략을 수립하고 똑바른 방향으로 추진해 나간다면 오늘날의 거친 풍파를 잘 헤쳐 나갈 것이라고 확신한다.
전상권 심버스 부사장(박사) skchun4@gmail.com
-
김현민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