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개편 신호탄이 울렸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각 당 의총에서 '선거제 개편안'과 '고위공직자수사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추인했다. 하지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반발이 거세고, 소관 상임위인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심사 과정에도 적지 않은 난관이 예상돼 본회의 통과까지 험로가 예상된다.
첫 관문인 정개특위·사개특위부터 순탄치 않다. 선거제 개편안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공수처 등 개혁법안은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각각 논의한다. 법안이 패스트트랙을 타려면 각각 18명인 정개특위, 사개특위에서 재적 위원 5분의 3인 11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정개특위는 위원 중 패스트트랙 합의안을 추인한 여야 4당 소속 의원이 12명이다. 그 중 한국당 의원은 6명이라 큰 변수가 없는 한 가결될 전망이다.
다만 관건은 '사개특위'다. 사개특위는 한국당 위원이 7명이므로, 바른미래당 오신환·권은희 의원 중 한명만 한국당과 함께 반대표를 던져도 패스트트랙 지정이 불가능하다. 게다가 사개특위 간사인 오 의원은 4당 원내대표 합의안에 대해 부정적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법안은 패키지로 묶여 있기 때문에, 정개특위·사개특위 어느 한쪽에서만 패스트트랙 지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처리가 어렵다. 이 때문에 패스트트랙을 반대하는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대표는 오·권 의원 중 한명을 설득해 패스트트랙 지정을 막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유 의원은 의총 후 “바른미래당이 당론을 정하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사개특위 위원들을 절대 원내대표가 사보임 할 수 없다고 요구했다”며 “김관영 원내대표도 사보임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는 김 원내대표가 패스트트랙을 반대하는 사개특위 위원인 오신환·권은희 의원을 사임시키고 찬성할 의원을 새로 임명하는 절차를 밟지 않게 하겠다는 의지다.
패스트트랙 법안이 사개특위 벽을 넘더라도 본회의 상정까지 최장 330일(상임위 180일, 법제사법위원회 90일, 본회의 부의 60일)이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최대한 줄이는 것도 숙제다. 여야가 합의해 상임위별 안건 조정제도, 본회의 부의 시간 단축 등을 통해 시간을 줄이면 180일 만에도 처리가 가능하다. 그래야 내년 총선 전 여야 4당이 합의한 선거제 개혁의 입법화가 가능하지만 실현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본회의 통과도 난관이다. 여야 4당이 합의한 선거제 개혁법은 지역구 225석대 비례대표 75석으로 비례대표가 현재보다 28석 늘어난다. 이는 지역구 28석이 사라지는 것으로 민주당에서도 당내 반발이 나올 수 있다.
본회의에서는 과반인 150명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지역구 의석을 잃게 되는 민주당 의원 반대가 커지면 선거제 패스트트랙이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또 역대 여야 합의 없이 선거제 개편을 한 사례가 없다는 것도 4당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은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공조에 '20대 국회는 없다'고 맞서 정국 경색이 장기화할 조짐이다.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장내·외 투쟁, 국회 일정 전면 거부 등을 포함한 총력투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