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 남성이 11번째로 '명문장수기업'으로 선정됐다. 국내 전자산업이 불모지나 다름없던 시기에 창업해 50년 이상 한 우물만 팠다. 특히 사업의 95% 이상을 수출에 집중했다. 이런 성과를 인정받으면서 명문장수기업이라는 영예를 얻었다. 국내에는 크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북미 등 해외에서 남성은 유명 기업이다.
오래된 회사라 변화에 둔감할 것 같지만 남성은 다르다. IT 융합의 총아로 주목받는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을 하면서 어느 기업보다 빠르게 변화를 받아들이고 있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 윤성호 대표가 있다. 윤 대표는 창업자인 아버지 윤봉수 회장과 함께 남성의 미래를 만들어 가고 있다.
남성은 북미 애프터마켓용 인포테인먼트 기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스마트키 등 새로운 기술을 갖추며 비포마켓 시장까지 진입했다. 차량용 운용체계(OS)를 개발하는 애플, 구글, 아마존 등 첨단IT 기업과도 긴밀하게 협력한다. 이는 윤 대표가 수년 전부터 차량용 기기 시장 변화를 염두에 두고 꾸준히 투자해온 덕분이다. 최첨단 자동차 전장부품 기업으로 도약을 꿈꾸는 남성. 이를 진두지휘하는 윤 대표의 경영 스토리와 철학을 들어봤다.
대담=김승규 전자자동차유통부장
-'명문장수기업'으로 선정된 것을 축하드린다. 총 12개 기업 밖에 선정되지 않을 정도로 어려운 과정을 거쳐 선정됐는데, 소감은.
▲3년 동안 12개 기업 밖에 선정되지 않은 명문장수기업으로 선정돼 영광이고, 영예롭게 생각한다. 명문장수기업은 45년 이상 운영한 기업을 대상으로 사회적 공헌도 등 산업 영향 등을 종합 평가해 선정한다. 남성은 업력이 50년 조금 넘었다. 그동안 꾸준히 수출해온 것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 전자업계 영향력이나 매출 규모로 볼 때 아주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했지만, 오랜 시간 동안 수출하면서 공헌한 것을 좋게 봐준 것으로 생각한다.
-일반 독자는 남성이 어떤 기업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65년 창립 이후 남성이 걸어온 길을 소개한다면.
▲윤봉수 회장이 창업했고 전자산업에 주력했다. 자동차 관련 제품에 집중하고 있지만 초기에는 TV도 만들었다.
남성은 전형적인 수출 주도형 기업이다. 창업 당시 자동차 라디오는 첨단 기술이었다. 남성은 외국 기술을 받아들여서 전자산업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자동차 라디오를 개발했다. 그때부터 자동차 관련 전장부품 사업을 시작했고 거의 100% 수출했다. 당시에는 국내 자동차 시장이 없어서 수출이 유일한 판로였다.
1980년대 초 현대자동차가 포니를 만들면서 국내 시장도 생겨났다. 당시 국내에서 자동차 라디오를 만드는 기업이 남성 밖에 없어서 자연스럽게 협력하게 됐다. 초기 포니 모델에 남성이 만든 라디오가 들어갔다.
전장 사업을 오래 해오면서 1970~1980년대에는 이 분야 사관학교 역할도 했다. 당시 전장분야에 종사하는 사람 중 상당수가 남성 출신이었다.
수출 비중은 설립 이후 쭉 95% 이상을 차지한다. 2002년부터는 듀얼, 악세라, 젠슨 등의 브랜드를 자체 브랜드화해서 미국에 진출했다.
-장수기업으로서 남성만의 기업문화가 있다면.
▲대기업은 주팀이 있고, 부팀이 있고, 팔로업 하는 조직도 있다. 일을 할 때 다양한 단계와 조직을 갖췄다. 때문에 어느 한 사람이 빠져도 얼마든지 백업이 된다.
반면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달라서 백업이 존재하지 않는다. 효율적인 운영과 비용을 생각하기 때문에 백업을 둘 여유가 없다.
장점도 있다. 중소기업 직원 개개인의 역량은 대기업 직원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물론 전문성에서는 떨어질 수 있겠지만, 자기주도적으로 일하는 역량은 중기 핵심멤버 출신이 대기업 직원보다 더 나을 것이다. 남성 역시 직원 개개인 능력과 자기주도적 업무 역량이 장점이다.
장기 근속도 장점이다. 중국법인의 경우 20~30년 근무했는데도 전체 직원 중에서는 주니어에 속하기도 한다. 35~40년 일하신 분들도 있다. 연속성과 안정성이 뛰어난데, 이런 부분에서는 남성이 복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역동성은 조금 떨어진다. 앞으로 미국 시장 확대, 전장사업 강화 등을 감안하면 지사를 더 설립해야하는데, 이 과정에서 역동성 등 부족한 부분이 하나하나 채워질 것으로 기대한다.
-사업을 하면서 변곡점, 결단의 순간이 있었다면.
▲실제로 여러번 변화의 시기가 있었다. 그 중 하나는 국내에서 생산하던 것을 중국으로 일찌감치 이전한 것이다. 중국과 수교한 직후인 1992년에 중국에 나갔다. 당시는 중국 부품 산업이 형성되지 않았을 때였는데, 국내 부품업체와 동반 진출했다. 그때 굉장히 힘들게 중국에 나갔고, 고생도 많이 했다. 그때 나가서 해외 생산 다각화를 이뤄낸 것이 첫 번째 변화다.
두 번째는 2002년도에 주문자생산방식에서 벗어나 남성 자체 브랜드를 가지고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독자 브랜드가 없으면 중국 업체와 경쟁에서 이기기 어렵다는 판단을 했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 시기는 중국 산업이 많은 분야에서 저가 경쟁을 통해 국내 산업을 뺏어가기 시작할 때다.
수출과 전장이라는 두 개의 축은 항상 가지고 있었지만 세부적인 사업 형태 등은 굉장히 많이 변화해왔다. 그런 변화가 없었다면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내에서 전장분야가 산업적으로 부각되기 시작한지 10여년 정도 된 것 같다. 그리고 지금은 중요성이 더 커졌다.
▲과거에는 자동차에서 전기를 사용하는 장비는 헤드라이트, 와이퍼, 라디오 정도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기계 장치였다. 하지만 전자장비가 조금씩 늘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전장부품이 절반이 넘고, 금액으로는 비중이 더 많다.
남성이 집중해왔던 것은 라디오와 멀티미디어 시스템이었다. 최근에는 비포마켓 시장에 들어가면서 ADAS 분야에 진출해 사각지대 감지, 센서 등 다양한 기술을 시스템화하고 있다. 스마트키 등 새로운 분야 사업도 하고 있다.
-미래 전장부품 사업 트렌드를 전망한다면.
▲2010년대까지는 애프터마켓이 신기술 발전을 이끌었다. 비포마켓 기업들은 애프터마켓에서 검증이 끝난 제품과 기술을 받아들였다. 예를 들어 라디오가 AM에서 FM으로 바뀔 때, 카세트 테이프나 CD 플레이어 도입 등을 보면 모두 애프터마켓이 먼저 시작했다.
그런데 최근 ADAS 등이 등장하면서 시장이 바뀌었다. 이제는 비포마켓에서 먼저 시작해서 시장을 주도하면, 애프터마켓이 좀 더 발전시키는 쪽으로 트렌드가 달라졌다. 이제는 애프터마켓 사업도 자동차 메인 시스템을 이해하고, 호환되게 만들지 않으면 경쟁력을 잃게 되는 구조다. 과거 시장 리더였던 일본 제품이 부진한 것도 이 때문이다.
-남성은 미래 전장사업 트렌드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비포마켓 시장에 진입하고, 영역을 확대하는 것이 과제다. 그래서 6~7년 전부터 투자를 강화해왔다.
이제는 애플 '카플레이',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 아마존 '알렉사 오토' 등으로 또 다시 진화하고 있다. 이에 대한 준비도 지속해와서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적용한 제품을 개발해 상용화했고 올해 초 알렉사 오토 적용 제품도 가장 먼저 선보였다.
꾸준한 투자와 기술 개발을 통해 시장에서 남성에 대한 인지도도 향상됐다. 알렉사 오토 적용 제품을 공동 개발하자는 제의도 아마존으로부터 먼저 받았다. 현재 아마존과는 남성 북미법인인 남성아메리카가 활발하게 협력하고 있다. 자동차 환경에서 음성인식과 관련한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를 함께 개발하고 있다.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던 'CES 2019'에서 아마존 최신 SDK를 적용한 제품을 남성이 선보였었다. 아마존 전시부스에도 남성 제품이 전시돼 있었다.
-벤츠 특장차에 스마트키를 공급하고, 토르인더스트리에 ADAS를 공급했다. 이들과 협력은 어떻게 진행 중인가.
▲벤츠 쪽에는 공급하는 스마트키 물량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새로운 기능 추가 요청도 있다.
RV업체인 토르에는 올해부터 헤드유닛을 넘어 풀 ADAS 시스템을 공급한다. RV 전문 전시회인 'RVX 쇼'에서 남성 ADAS 풀 시스템을 적용한 토르사 차량을 전시하기도 했다.
다음달에는 토르로부터 테스트용 RV 2대를 받기로 했다. 남성이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다. 2020년형 RV 차량을 공동 개발하는데, 우리에게 기술을 마음껏 적용해보라는 것은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남성을 전략적으로 함께하는 파트너로 생각한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자신 만의 경영철학은.
▲지키고 싶은 원칙이 있다. 품질에 문제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시장은 정직하다. 제품 품질이 완벽하지 않으면 생산, 마케팅, 유통 등 어딘가에서는 문제가 생긴다. 하지만 완벽한 품질을 갖추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예를 들면 애프터마켓용 제품에서는 가격 경쟁력이 상당히 중요하다. 품질을 제일 강조하고 싶어도 가격 등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시장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과 제품 품질간 균형을 맞추는 것이 요구됐다.
그런데 이제 비포마켓 시장으로 진출하면서 개인적으로 속이 시원해졌다. 비포마켓 시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가장 좋은 부품을 써야하고, 품질을 최우선으로 할 수 밖에 없다. 이제 품질제일주의를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이 경영자로서 마음에 든다.
◆윤성호 남성 대표는
1962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숭실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남일리노이주립대학을 졸업하고 조지워싱턴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학업을 마치고 귀국해 국내 전자산업계에 첫 발을 디뎠다. 남성이 홍콩과 중국에 현지법인을 설립하던 1993년 해외사업 담당 이사이자 경영전략과 마케팅을 맡아 해외법인이 조기에 현지에서 기반을 구축하는데 공헌했다.
남성이 OEM, ODM 방식 사업 구조를 해오면서 어려움을 겪던 2002년부터 해외사업 총괄 부사장을 맡았다. 당시 윤 대표는 자체 브랜드 중심 사업구조로 큰 변혁을 시도했고 이를 통해 위기를 돌파했다. 2014년부터는 대표이사 사장을 맡아 자체 브랜드 마케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또한 한국무역협회 이사와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부회장직도 수행하고 있다.
자동차 전장분야 신기술에 관심이 매우 많은 윤 대표는 남성을 글로벌 시장에서 자체 브랜드를 가진 전장 전문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국내외 현장을 열정적으로 뛰어다니고 있다.
정리=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