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은 1년 전 4월 27일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두 손을 맞잡았다. 이어 도보다리에서 흉금을 터놓고 대화를 나눴다. 한국전쟁 종전과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담은 판문점선언에 합의했다. 두 정상은 지난해 9월 평양에서 다시 만나 판문점선언 합의 내용을 보다 구체화한 '평양공동선언'을 채택했다.
27일로 두 정상이 판문점선언에 서명한 지 1년이 된다. 남북이 앞서 합의한 두 선언의 내용이 얼마나 이행됐는지, 앞으로 남은 과제는 무엇인지 짚어봤다.
◇판문점·평양공동선언 35% 이행 완료…한반도 평화체계 구축 '지지부진'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에서 합의한 26개 사항 중 이행이 완료된 것은 총 9건(34.6%)으로 나왔다. 이행을 위한 협의가 진행 중이거나 이행 수준이 초보적인 단계에 있는 사항은 8건, 이행이 안됐거나 조건부 약속으로 진척이 없는 사항은 9건으로 조사됐다.
판문점선언 보다 지난해 9월에 이뤄진 평양공동선언 합의 사항의 진척도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반년 이상이 지났지만 13개 구체적 합의 사항 중 단 1건만 이행됐다. 공동선언 부속서였던 남북 군사 분야 합의는 상당수 이행됐다.
판문점·평양공동선언을 통한 남북 합의는 크게 △남북관계 △한반도 군사적 긴장 완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으로 나뉜다. 이 중에서도 남북관계 분야가 17건으로 전체 합의 26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하지만 17건 가운데 이행된 것은 7건에 불과하다.
지난해까지는 남북 간 합의 사항 이행을 위해 여러 분과 회담이 열렸지만 올해 들어 급속하게 줄어들거나 진척이 없는 실정이다. 지난해 10~11월엔 산림협력, 보건의료, 체육분야 협력을 위한 분과회담을 가졌다.
이행 시한을 '지난해'로 못 박았던 철도·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과 종전선언은 절반만 이뤘다. 착공식은 지난해 12월 가까스로 이뤄졌지만 실제 사업은 답보 상태다.
종전선언은 이행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남북정상이 이미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종전을 선포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 부분도 순조롭게 진행됐다. 군사분계선(MDL) 일대의 비행 금지 구역 설정과 비무장지대(DMZ) 내 GP(감시 초소) 시범 철수, JSA(공동 경비 구역) 비무장화, 한강 하구 공동 이용 수역 설정 및 조사,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의 서해 평화 수역 설정 등이 실현됐다. 다만 JSA 자유 왕래는 아직 협의 단계다.
한반도 평화체계 구축 분야에서 이행 진척은 가장 더뎠다. 합의 사항 5건 중 한 건도 이행 완료된 것이 없다. 이는 전적으로 북한과 미국의 협상에 달려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2월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결렬되면서 사실상 '올스톱' 되거나 이행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진 상황이다.
북한 의지만으로 실행할 수 있는 사업도 현재로선 묵묵부답이다. 북미 협상이 성과를 내지 않는 이상 남북 관계도 나아지긴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판문점과 평양선언 이행문제는 결국 비핵화와 맞물려있다는 점에서 북핵협상이 대치국면에 있는 현 상황에서 새로운 동력을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김정은 위원장이 북미관계를 올해까지 기다려보겠다고 한만큼, 내년으로 가야 남북관계도 새로운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판문점·평양공동선언→서울공동선언(?)…4차 남북정상회담은 언제쯤
4·27 회담이후 지난 1년간 남북은 5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정상이 만났고,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올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북미 정상회담도 열렸다. 시간 경과에 따라 진전된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여전히 큰 틀에서 한반도 비핵화 여정이 계속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4차 남북 정상회담을 북측에 제안했다. 장소와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회담을 재차 촉구했지만 아직까지는 북측으로부터 답변이 없다.
문 대통령은 4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경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달한 '협상용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이를 지렛대 삼아 북미 회담 불씨를 다시 살리고 결국 4·27 회담 정신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올 6월경 방한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그 전에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이뤄지지 못했던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 형식이 될지, 2차 남북정상회담처럼 '원포인트' 실무 회담이 될지, 아니면 또 다른 파격적인 형식의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청와대는 4·27 회담 1주년을 이틀 앞둔 25일 오후 남북공동선언 이행추진위원회(위원장 노영민)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는 1월 22일에 이어 노영민 비서실장 주재로 열린 두 번째 회의다.
노 위원장은 “판문점 선언은 위대한 출발이지만 평화의 한반도로 가는 첫걸음일 뿐으로, 지금까지 걸어온 길 보다 가야할 길이 훨씬 많이 남아 있다”며 “이행추진위를 중심으로 남북공동선언이 속도감 있게 이행될 수 있도록 각 분야에서 심혈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4차 남북정상회담의 차질 없는 준비도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선 4·27남북정상회담 1주년에 대한 소회를 비롯해 4·27 판문점·평양공동선언 이행상황에 대한 점검 등이 이뤄졌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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