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기차 전략을 보급 확산을 넘어 본격적인 산업화로 전환해야 한다는 데 정부와 업계가 의견을 같이 했다. 단순히 전기차 활용을 늘리는 단계를 뛰어넘어 전기차 산업을 전략적으로 키우고 글로벌 시장 선도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접근이다.
지난 26일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열린 '한국전기차산업협회 창립포럼' 참석자들은 전기차의 본격적인 산업화를 위한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협회는 우리나라 전기차 도입과 기술 진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며 이 같은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전기차 관련 산업과 생태계를 키울 정책을 지속 확대하겠다고 화답했다.
우선 2021년까지 공공기관에서 새로 구매하는 차량은 모두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로 대체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일정량을 국내서 생산한 초소형 전기차에 할당해 전기차 전문업체 성장을 지원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산업부는 또 초소형 전기차와 승용·상용 전기차 플랫폼 등 핵심 부품 공용화 사업도 추진하기로 했다. 우리 기업이 해외 전기차 생산물량을 확보한 경우, 보조금을 줘 내수 생산기반을 확대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그동안 전기차 산업화 걸림돌로 제기됐던 주행거리와 충전시간 단축을 위한 지원에도 나선다. 1회 충전으로 주행 가능한 거리를 600㎞로, 충전 속도는 현재보다 두 배 빠르게 개선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당 220~230㎾h 수준의 이차전지 에너지 밀도를 2021년까지 300㎾h로 높이는 기술개발을 지원한다. 고출력 모터, 전력반도체 국산화 지원 사업과도 연계한다. 충전 속도를 개선한 400㎾급 초고속 충전기 개발은 연내 완료하는 게 목표다.
최남호 산업부 제조산업정책관은 “전기차 시대의 큰 산업적 의미 가운데 하나는 기존 완성차 대기업이 아닌 새로운 기업도 시장에 자유롭게 진입하게 됐다는 점”이라면서 “정부는 완성 전기차나 고성능 충전기, 세그먼트별 전기차 등 우리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밀착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민간 주도형 충전시장 활성화'를 주제로 한 전문가 토론회에서도 충전서비스 사업자가 수익을 낼 수 있는 산업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특히 충전기와 충전서비스를 전기차 확산 수단이 아닌 하나의 산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시호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 대표는 “정부의 충전기 보조금 정책이 시장 초반 인프라 확산에는 기여했지만, 민간 충전사업자의 독자적 성장을 막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며 “민간 주도로 충전서비스 고도화와 수익모델 발굴을 업계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기차산업협회는 지난 3월 중견·중소기업 중심의 전기차 생태계 확산을 목표로 출범했다. 이날 창립포럼에는 최남호 산업부 정책관,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 양승욱 전자신문 사장을 비롯해 전기차·충전제조사·충전서비스 업체 대표 등 170여명이 참석했다.
박규호 전기차산업협회 회장은 “국내 전기차 판매는 지난해 6만대에서 올해는 10만대로 예상되는 등 매년 두 배 가까운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며 “우리나라 전기차 산업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데 협회가 정부와 기업 간 좋은 가교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