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 간 국민이 해외 신용카드 서비스에 이중으로 낸 수수료가 최대 813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가 잘 모르는 사이에 매년 수천억원 수수료가 해외로 새고 있다.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노원갑)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해외원화결제서비스 이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 신용카드 사용자가 최근 5년 간 원화결제액 11조원(원화결제 수수료율을 최대 8% 가정)에 대해 약 8139억원 수수료를 불필요하게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원화결제서비스(DCC)란 해외가맹점이 해외 DCC 전문업체와 별도 계약을 맺고 원화(자국통화)로 결제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금액을 원화로 쉽게 확인하는 장점은 있지만 실제 물품·서비스 가격과 별도로 결제금액에 약 3~8% 원화결제 수수료가 추가 부과된다. DCC 수수료는 해외가맹점, 해외카드사, DCC 전문업체 3자 계약에 따라 분배된다. 아시아 지역이 유럽이나 기타 지역에 비해 수수료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해외직구로 미국에서 파는 1000달러짜리 물건을 현지 통화(달러, 1$=1100원 가정)로 구매할 경우, 비자 또는 마스터카드의 브랜드수수료(1%)와 국내카드사 해외이용 수수료(0.18~0.35%)로 최대 1만4850원을 추가로 내면 된다.
원화결제서비스를 이용하면 해외 DCC 수수료(3~8%)가 추가돼 최대 8만8000원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비자, 마스터 등 국제카드회사는 해외에서 원화로 결제하더라도 결제금액을 다시 달러로 환산해 국내카드사에 청구한다. 국내카드사는 이를 다시 원화로 환전해 불필요하게 원화 환전을 두 차례 하고 있다.
전체 신용카드 해외결제 금액 중 원화결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10%에서 지난해 21%로 2배 넘게 증가했다. 결제 금액은 2014년 1조862억원에서 2018년 3조3354억원으로 3배 이상 급증했다. 고 의원은 지난해에만 원화결제로 최대 2471억원의 수수료 폭탄을 맞았다고 지적했다.
불합리한 수수료 부담을 방지하기 위해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7월부터 해외카드결제 관련 원화결제서비스 사전차단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 중이다. 아직 초기 단계라 신청한 비율이 전체 해외결제 가능 카드 중 1.2%에 그치고 있다.
고용진 의원은 “해외원화결제를 기본설정으로 자동 차단하게 한 다음, 원화결제 서비스가 필요한 경우에 간편하게 원화결제로 변경하게 하거나, 카드를 발급할 때 원화결제 추가수수료 부담을 소비자에게 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의원은 “소비자가 원화결제 서비스를 선택하는 방식을 도입해 소비자 피해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