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는 국제질병사인분류(ICD)-11에서 트렌스젠더 성정체성을 등재 28년만에 정신장애에서 삭제한다. 그동안 성전환 수술을 받으려면 정신과 진단이 필요했다.
앞서 ICD-10은 “성적 지향은 그 자체로 질환이 아니다”고 명시했지만, 트렌스젠더에게 '성정체성 장애(Gender Identity Disorder)' '성전환증(Transsexualism)'이라는 진단명을 부여하고 이를 '정신 및 행동 장애' 중 하나로 분류했다. ICD-11에서 성별 불일치는 정신장애에서 '성 건강 상태' 항목으로 옮겨진다.
동성애 역시 과거 정신질환으로 취급됐지만 삭제된 지 오래다. WHO는 1990년 ICD-10 개정에서 동성애 자체를 질병목록에서 삭제했다.
WHO는 ICD-11에서 트렌스젠더 성정체성을 정신질환에서 빼며 “트랜스젠더 성정체성은 더 이상 정신장애가 아니라는 점이 명백하다”면서 “이를 질병으로 정의하는 일은 트랜스젠더에 대한 엄청난 사회적 낙인을 유발할 수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위 두 사례는 ICD가 특정상태 질환 유무를 결정하는 국제기준이기는 하지만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정확한 연구 없이 시대 흐름에 따라 반영한 기준은 영속성을 갖지 못하는 사례다.
과도하게 게임에 몰입하는 사람은 우울증, 자폐, 조현병 등 공존장애를 가진 경우가 많다는 연구사례는 속속 나오고 있다.
중앙대학교 게임과몰입 상담치료센터 최근 연구에 따르면 게임 과몰입으로 문제를 일으켰던 아이들 90% 이상이 우울증이나 자폐증 등 공존질환도 갖고 있었다. 이는 알콜, 마약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현재로선 게임장애를 일으키는 것이 게임인지, 다른 이유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중독정신의학회, 중독포럼을 중심으로 게임장애를 정신과 영역으로 끌어들이려는 움직임이 활발하지만 치료현장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한 정신과 의사는 “치료가 필요한 수준의 게임장애는 기존 공존질환 기준으로 이미 관리가 가능하다”면서 “게임장애를 별도 질병으로 등재할 경우 환자에 대한 낙인효과와 이에 따른 논쟁 등 사회적 비용 낭비가 상당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표> ICD의 동성애, 트랜스젠더 정신질환 삭제
김시소 게임/인터넷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