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의 제1 철학 '개발력', 더 큰 성장 이끈다

엔씨소프트의 제1 철학 '개발력', 더 큰 성장 이끈다

엔씨소프트 성장 동력 핵심은 연구개발(R&D)이다. 개발력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기업 철학과 이를 뒷받침하는 투자가 이뤄지면서 국내 최고 게임 개발사로 자리매김했다.

김택진 대표는 창업 초기부터 개발력을 최우선으로 삼는 기업 철학을 추구했다. 게임사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기술 보유만이 살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 주력 장르인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은 갖가지 게임 제작 기술이 집대성된 장르다. 투입 비용과 개발인력 규모가 다른 장르를 압도한다. 현실과 또 다른 세계를 만드는 만큼 다양한 상황을 구현하고 대응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개발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만들 수도 안정적으로 서비스할 수도 없는 게임 기술력 끝판 왕인 셈이다.

개발력을 바탕으로 '리니지' '아이온' '블레이드&소울' '길드워' 시리즈 등 다수 PC MMORPG 히트작을 배출했다. MMORPG 대중화를 이끌었고 세계에 한국산 MMORPG를 각인시켰다. 현재도 전문성을 바탕으로 MMORPG 왕좌를 차지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PC, 모바일, 콘솔 플랫폼 구분없는 게임 환경 구성을 위해 R&D에 매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매년 R&D에 수백억원을 투입한다. 이미 인력 구성과 투자 규모만 해도 국내 게임사들을 압도한다.

엔씨소프트가 개발력을 어느 정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는 인력 구성과 투자 규모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체 직원 3397명 중 68%에 달하는 2323명이 R&D 업무를 담당한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가 발표한 '글로벌 1000대 기업 연구개발 투자 현황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R&D 금액 기준으로 498위를 기록했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1000대 기업에 속한 국내 25개 기업 중 1위를 기록했다.

엔씨소프트는 2017년 한해 약 2795억원을 연구개발비로 투자했다.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율은 16.2%로 국내 기업 중 가장 높다. 이는 삼성(7.2%), LG전자(5.5%), 현대자동차(2.4%), SK하이닉스(8.3%), 한미약품(15.7%)보다 높은 수준이다.

개발력 강화를 위한 기반 시설 마련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외주를 이용하는 분야에서도 개발 노하우와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할 수 있도록 사내에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국내 게임사 최초 3D 스캔 스튜디오가 대표적이다. 고퀄리티 게임 캐릭터를 제작한다. 3D 스캐닝을 거치면 아주 미묘한 특징까지 잡아낼 수 있기 때문에 더 현실적인 캐릭터 모델링 구축이 가능하다.

3D 포토 스캔 스튜디오 턴테이블
3D 포토 스캔 스튜디오 턴테이블

128개 카메라로 동시에 촬영하는 시스템이다. '리얼리티 캡처' 프로그램이 사진 거리 값과 위치 값 등을 자동 계산하고 모델 피부나 의상의 명암, 색감, 텍스처, 피부결 등 데이터를 읽어낸다. 프로그램 속 정렬된 사진들에서 수백개 포인트가 생성되는데 이를 통해 고정밀 모델링 데이터가 만들어진다. 엔씨소프트에서는 지속 스캐닝을 통해 성별, 연령별, 체형별 다양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계획이다.

사운드 스튜디오도 국내 게임사 최초이자 최대 규모 시설이다. 각종 게임 효과음을 녹음할 수 있는 5.1채널 영상 사운드 믹싱룸, 효과음 음향 녹음실 폴리스튜디오 등을 운영한다. 올여름에는 경기도 광교에 국내 최대 규모 모션캡처 스튜디오를 열 예정이다.

직접 게임개발과 연관된 분야 외에도 새로운 기술을 연구해 게임에 접목한다. 4차 산업혁명 화두 중 하나인 인공지능(AI) 가치에 대해 발 빠르게 인식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기술도구로써 게임분야를 포함한 다양한 AI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데 주력한다. AI 원천기술을 확보해 IT 전반에서 미래 경쟁력 창출에 집중한다. 온라인과 모바일 등 다방면에 AI를 적용해 나갈 방침이다.

용접 스파크 소리를 녹음해 효과음을 제작하고 있다.
용접 스파크 소리를 녹음해 효과음을 제작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국내 게임사 중 가장 빨리 조직을 정비하고 투자를 시작했다. 2011년 윤송이 사장이 조직을 꾸리면서 AI R&D에 착수했다. 현재 AI센터와 자연어처리(NLP)센터 두 개 조직이 운영 중이다. 150여명이 김 대표 직속으로 R&D에 매진하고 있다.

두 센터 산하에는 5개 연구실을 배치해 각각 특화된 AI 기술을 연구한다. AI센터에는 게임AI랩, 스피치랩, 비전AI랩이 존재한다. NLP센터에는 언어AI랩, 지식AI랩을 배치했다.

엔씨소프트는 향후 AI 연구를 게임에만 국한하지 않고 뛰어난 기술을 개발해 혁신할 수 있는 분야라면 어디든 열어두고 적용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AI 전문 연구 인력 양성과 R&D에 대한 투자도 확대 및 강화할 방침이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