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핑크색 벽돌로 구성된 협소 주택 모형이 30분 만에 뚝딱 완성됐다. 건설기술연구원 내 '사물인터넷(IoT) 샌드박스' 공간에서 스케치업 프로그램을 이용해 상상만 했던 주택을 설계해 봤다. 다양한 건물 외관 색과 건축 자재를 적용할 수 있었다. 설계한 집이 3D프린터로 실제 모형으로 제작돼 나왔다. 설계에 대한 지식도 없었지만, 담당 연구원의 가이드만 따라하니 쉽게 완성할 수 있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스마트 건설 기술을 이용해 현장시공에 필요한 건설부자재를 미리 만들어보는 사전제작공간을 지난 2월 개방했다. 'IoT 샌드박스'와 '건설 로보틱스 프리팹 랩' 인프라를 체험했다. IoT 샌드박스에서는 딥러닝 개발용 컴퓨터, 3D 프린터, 레이저 커터 등을 통해 IoT 기술에 관련된 자유로운 연구개발이 가능하다.

주택모형을 3D프린터로 완성한 뒤, 건설 부재도 직접 만들어봤다. 레이저커터로 자른 부재를 조립하니 또 집을 완성할 수 있었다.

강태욱 건설기술연구원 미래융합연구본부 연구위원은 “공장에 가서 시제품을 제작하려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지만 연구원 내 IoT 샌드박스 인프라를 이용하면 짧은 시간 내 건설 자재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밝기를 측정하는 IoT 센서도 만들었다. 강 연구위원은 “미세먼지를 측정하는 센서, 현장 직원들의 안전을 체크하기 위한 센서 등 건설현장에서 IoT 센서 활용 범위는 넓다”고 설명했다. 모형주택, 자재, 센서 등 3가지 제품을 만드는데 총 2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건설 로보틱스 프리팹 랩에서는 로봇암을 이용해 벽돌을 쌓고, 건설 자재를 잘라봤다. 건설기술연구원은 로봇암에 탑재된 집게부분인 '엔드 이펙터'를 개발했다. 로봇암은 'KICT(건기연)'이란 단어를 벽돌로 배열했다. 로봇암은 열선을 이용해 건설자재를 KICT 형태로 절단했다.

최창호 건기연 건설자동화센터장은 “로봇암으로 벽돌을 쌓는 것 뿐 아니라 벽돌에 시멘트를 바르는 것도 가능하도록 연구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미국·유럽에서는 노동력이 많이 들거나 위험한 작업, 고도의 정교함을 요구하는 건설 작업에 로보틱스 기술을 이미 현장에서 활용하고 있다. 국내 건설업계도 이제 스마트 건설기술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최 센터장은 “철도 궤도 검사, 지뢰 제거 등 로봇암이 대신할 수 있는 건설 분야가 많다”며 “계속 연구를 진행해 인간과 로봇이 협업하는 건설 환경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