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질병인가?]<8> "의사가 자의적으로 자녀를 장애인 만드는 걸 찬성하십니까?"

위정현 중앙대 교수
위정현 중앙대 교수

“세계보건기구(WHO)는 동성애를 질병으로 분류하고 전기충격 등 야만적인 치료로 피해자를 만들었습니다. 게임에도 똑같은 짓을 하려고 하는 겁니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게임장애 질병등록 위험성을 지금은 국제질병사인분류(ICD)에서 삭제된 동성애에 비유했다. ICD가 특정상태 질환 유무를 결정하는 국제기준이기는 하지만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을 잘 보여준 예다.

위 교수는 의사 자의적 판단을 매우 위험한 요소로 봤다. 명확한 치료법과 진단법이 없는 상태에서 의사 선입견에 의해 장애로 분류될 가능성 때문이다. 극히 정상적인 아이가 장애인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사실을 우려했다.

그는 “의사들은 '게임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수 게이머는 건강하다'라고 설명하지만 이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며 “게임은 질병이라는 마지막 말에 학부모는 두려울 수밖에 없고 필사적으로 게임을 거부하게 된다. 메시지는 단순하게 전달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건강보험 진료기록에 10살짜리가 게임질병으로 약물 투여받고 상담받는 게 전과처럼 다 기록된다”며 “중고등학교 시절 좋아했다는 이유로 취업과 결혼 등에서 부당한 대응을 받는 걸 찬성하는 학부모는 아무도 없으나 그렇게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위 교수는 ICD및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 등재 배경에는 경제적인 요인이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 테두리와 기금을 다루려면 질병분류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그는 “청소년육성기금 등 폐지된 기금 대체재를 찾는 경제적인 동기로 움직이므로 매우 강력하고 추진력이 있는 것”이라며 “정말 중요한 건 과몰입 학생이 있다면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지 질병으로 규제해 의료인이 다룰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위 교수는 현 상황을 돌파할 방법은 산업적 성과가 아닌 정서적 접근이라고 봤다. 게임업계 시선이 아닌 학부모를 포함한 광범위한 다양한 세력으로부터 지지를 받을 방법을 마련하기 위해 공동대책위원회를 조직했다. 현재 62개 단체가 합류했다. 게임 외 문화, 예술, 콘텐츠, 미디어 심지어 상담 관련 협회까지 참여했다. 3일 현재 62개 단체가 참여를 선언했다.

위 교수는 “산업논리로는 절대로 청소년 보호논리를 이길 수 없다”며 “게임을 모든 원흉으로 보는 학부모에게 아무리 산업적 가치를 설명하고 몇조짜리라고 말해봐야 의미가 없는데도 업계는 정서적으로 접근해 아픔을 어루만져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게임 투쟁 역사는 지리멸렬한 패배의 역사이며 이는 우리끼리만 떠든 결과”라며 “성 밖을 나가면 학부모의 분노와 증오가 가득한 삭막한 겨울이 펼쳐져 있는데 이를 인정하려고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공대위는 다양한 분야 연합전선을 만들어 국민 절반 이상이 가지고 있는 반게임 정서를 희석하고 국민이 지지해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갈 계획이다. 게임과 비게임 대결구도가 아니다.

위 교수는 “미래와 놀이 문화로서 그리고 창작과 예술, 문화 향유 자유를 담고자 했고 다양한 문화 협단체가 참가했다”며 “먼저 탄압을 받은 만화가 동병상련을 느껴서인지 많은 지지를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직을 구성하고 활동을 펼치기에는 너무 늦은 시기 아니냐는 질문에는 게임장애 질병 등재를 가정하고 향후 KCD 등재를 늦추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에 대한 국민 인식이 좋지 않은 가운데서 보건복지부가 강력하게 통계청에 요청하면 유예기간 없이 받아들여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위 교수는 “보건복지부 항의방문도 소리 지르는 게 아니라 온건하게 충분히 검토하라는 취지로 다가설 것”이라며 “끝판왕급 이번 이슈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게임은 정말 종지부를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