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을 위한 방송통신 규제 당국의 심사 작업이 시작됐다. 9일 오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티브로드 계열 법인의 인수합병(M&A) 관련 변경 허가와 인가 신청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티브로드 계열 법인의 방송 영역은 서울 강서구, 경기도 과천·의왕·군포·안양, 세종 등 23개 권역이다. 이보다 앞선 지난달 26일 양측은 합병 추진을 위한 본 계약을 체결했다. 합병 법인 지분율은 SK텔레콤 74.4%, 태광산업 16.8%, 재무 투자자(FI) 8.0%, 자사주와 기타 0.8%이다.
SK텔레콤이 케이블TV 인수전에 뛰어든 것은 공식적으로 두 번째다. SK텔레콤은 2015년 CJ헬로비전 인수를 시도했지만 규제 당국이 '불가'로 판결하면서 무산됐다. 막판까지 심사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인수전을 둘러싼 분위기는 이전과 크게 다르다. 우선 공정거래위원회 등 규제 당국은 2015년 당시와 비교해 M&A에 우호적이다. 정부가 열쇠를 쥐고 있는 상황에서 긍정적인 시그널이다. 시장이 정체됐지만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케이블TV업계도 일부 반대는 있지만 대체적으로 변화된 환경을 수긍하는 분위기다.
성공적으로 합병이 완료되면 SK는 케이블TV, 위성방송, IPTV를 합친 유료방송 시장에서 합산점유율 24%를 확보하게 된다. KT계열(31%)과 LG유플러스·CJ헬로(25%)에 이은 3위 수준이다. 점유율 격차가 줄면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덩치가 비슷한 업체가 치열하게 경쟁할수록 소비자 후생 측면에서 이익이다.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에 이어 SK브로드밴드의 티브로드 합병은 유료방송 지형을 바꾸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M&A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자칫 기업의 사익에 매몰돼 전체 시장에 악영향을 미치는 결과를 낳아서는 안 된다. 큰 그림에서 산업계와 소비자에게 이익이 되는 쪽으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정부와 기업의 책무다. 새로운 유료방송 지형을 조성해서 전체 경쟁력을 높일 때 모든 기업이 승자가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