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시리얼을 드시겠습니까?”
영화가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주인공이 먹을 시리얼에 대한 선택지가 뜬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장면에서는 어떤 음악을 들을지 묻는다. 스마트TV로 보고 있다면 리모컨으로, 스마트폰·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에서는 화면을 터치해 주인공 행동을 결정한다. 시청자 선택에 따라 다양한 결말에 도달하거나 중도에 갑자기 배드엔딩으로 끝나기도 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블랙미러:밴더스내치'는 인터랙티브(양방향) 콘텐츠다. 시청자 선택에 따라 영화 스토리라인과 결말이 바뀐다. 독특하고 음울한 분위기와 뛰어난 몰입감으로 호평 받았다.
인터랙티브 콘텐츠가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스토리를 따라가며 대화 선택지를 결정하는 '비주얼 노블' 게임부터 책 앞 뒤 페이지를 뒤적이며 읽던 추억 속 게임북(모험북)까지 여러 플랫폼에서 친숙한 포맷이다. 밴더스내치 주요 스토리라인 역시 1980년대 프로그래머 주인공이 게임북을 PC 게임으로 만들기 위한 과정을 다룬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발전과 모바일에 기반을 둔 콘텐츠 소비 확대는 인터랙티브 콘텐츠 확산에 필요한 기반을 제공했다. 동일한 콘텐츠를 일방적으로 대중에 전달하는 데 특화됐던 대중 미디어가 점차 개인화되고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방향으로 진화하는 모습이다.
미디어 산업에서 인터랙티브 콘텐츠 확산은 앞으로 가속화될 전망이다.
인터랙티브 콘텐츠에 대한 긍정적 시청자 반응을 확인한 넷플릭스는 밴더스내치에 이어 영국 서바이벌 전문가 베어 그릴스가 주연을 맡은 '당신과 자연의 대결(유vs와일드)'도 선보였다.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 역시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준비 중이다.
단순히 시청자 몰입감을 높이는 수준을 넘어 개인 맞춤형 마케팅 데이터 수집에도 활용 가능성이 제기된다. 드라마에서 어떤 시리얼을 선택했는지에 따라 시청자 취향에 맞는 음식 광고가 재생되는 식이다.
지난달 상용화에 돌입한 5세대(5G) 이동통신 역시 인터랙티브 콘텐츠 확산을 뒷받침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시간으로 대용량 데이터 전송이 가능한 만큼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기술이나 홀로그램 기반 실감 콘텐츠와 접목해 보다 몰입감 높은 콘텐츠를 구현할 수 있다.
밴더스내치를 보며 선택을 이어가다 보면 영상 속 주인공이 급기야 화면 밖 시청자 존재를 의식하기에 이른다. 영화와 게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콘텐츠 속 등장인물과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 간 간격이 좁혀지며 몰입감은 극대화된다. 5G 시대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혁신적 인터랙티브 콘텐츠 등장이 기대된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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