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급등이 매섭다. 1년 9개월 만에 1150원선을 넘은 지 20일이 지난 지금 1187.5원을 향하고 있다. 지난 한 달 달러화가 0.4% 상승하는 동안 원화는 4.0%나 절하, 아르헨티나 페소화와 터키 리라화 다음으로 약한 통화를 기록했다.
원화는 호주달러, 대만달러와 함께 미-중 무역 분쟁 격화로 말미암은 최대 피해 통화로 인식되고 있다. 중국과의 무역 거래 비중이 높거나 중국 경제에 따른 민감도가 높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총수출의 26%가 대중 수출이며, 중간재로 한정하면 70%에 가까운 비중이 중국향이다. 이밖에도 한국 경제 성장 전망이 글로벌 대비 취약하다는 점, 그럴수록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더 높아진다는 점 등 특수한 상황까지 더해져 최근 원/달러 환율은 어느 통화보다 상승 기울기가 가파르다.
최근 중국이 미국산 수입품 600억달러에 대해 기존 5~10% 차등 관세율을 25%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나 신흥시장정부채지수(EMBI) 스프레드와 같은 위험 지표는 급등했고, 주요 국가의 증시는 일제히 큰 폭으로 하락했다.
역외에서 원/달러 환율 역시 1190원에 육박했다. 환율 급등 원인을 미-중 갈등 격화에 따른 영향으로 본다면 단기 조정 시점도 미·중의 긴장 강도 완화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당장은 상호 보복 조치를 높여 가는 단계이기 때문에 멀지 않아 1200원선 도달할 것임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달러화 레벨이 받쳐 주지 않는 속등의 이면에는 속락이 자리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