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경의 발칙한 커뮤니케이션2]CEO 코드<10>손정의:감(感)이 오지?

[박선경의 발칙한 커뮤니케이션2]CEO 코드<10>손정의:감(感)이 오지?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틀 만에 우리 돈으로 10조1300억원을 벌었다. 그가 투자한 차량공유업체 우버가 기업공개 신청서를 제출했다. 16.3% 지분을 보유한 우버 기업공개에 따른 수익은 별도다. 우버에 투자했다는 이유만으로, 그 투자가 성공을 거뒀다는 이유만으로 소프트뱅크는 주가가 폭등했다. 올해 들어 주가가 60% 급등했다.

손정의는 사가현 토스시에서 출생한 일본 기업가다. 그의 투자는 철저하게 감에 의존한다. 이길 것 같으면 싸우고, 질 것 같으면 싸우는 것을 포기한다. 경쟁자와 악수를 해보면, 눈빛을 보면, 골격을 보면 이기고 질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감으로 투자한 승률 목표는 7할이다.

그가 컴퓨팅 사업에 나선 것도 감 때문이었다. 고교때 일본 맥도널드 설립자를 찾았다. 수차례 문전박대 당한 후 겨우 후지타 덴 회장을 만났다. 그에게 물었다. “미래에, 세계적인 CEO가 되려면 무엇을 배워야 하느냐?” “컴퓨팅사업” 답은 의외였다. 손정의는 감이 빨랐다.

손정의는 자신을 천재라고 믿는다. 천재는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도 스스로 한다. 자신에 대한 믿음이 확고하기에 행동도 빠르고 간결하다. 안목과 감으로 결정한다. 2000년 마윈 회장을 만났을 때도 그랬다. 10분도 되지 않아 2000만달러 투자를 결정했다. 창업한 지 반 년 된 벤처기업 야후에 투자할 때도 그랬다. 스물일곱 살 CEO 제리 양과 피자를 먹으며 1억5000만달러를 투자한다. 당시 미국 언론은 손정의를 '일본에서 온 막차 탄 버블남'이라며 비웃었다.

그는 전략 수립을 지원하는 투자자가 아니다. 상대방의 전략을 보고, 시장의 경쟁구도를 보고 투자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한다. 특히 시장을 뒤흔드는 혁신적 기술이 등장할 때, 거기에 자본이 합쳐지면 파괴적 힘을 발휘할 것을 확신할 때 투자를 결정한다. CEO의 전략적 판단과 눈빛, 태도는 투자를 결정하는 중요한 신뢰자본이다.

그의 감이 힘을 발휘하는 이유는 독한 승부사 기질이다. 우리나라 쿠팡 투자가 그랬다. 1조원씩 적자가 나는 쿠팡에 그는 투자를 이어간다. 쩐의 전쟁이 끝난 후 이길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그의 독한 기질을 담은 일화가 있다.

“내가 누군가에게 3시에 보자고 하면 그건 반드시 오후 3시가 아닐 수도 있다.” 새벽 3시에 회의를 소집했다.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사업 이후 매년 1000억엔씩 적자가 나던 때였다. 사무실에서 먹고 자고 며칠 동안 씻지도 못한 손 회장의 몸에서 냄새가 진동했다. “이길 수 없는 싸움은 하지 않는다”는 그였다. 직원들은 알았다.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하는 게 아니라 '이기는 싸움' '이길 수밖에 없는 싸움'을 한다는 것을. 세계 최고의 재벌은 이기기 위해 독한 '돼지'가 됐다. 직원들도 이길 줄 아는 돼지가 됐다.

손정의는 제품을 만드는 것에 연연해하지 않는다. 그는 열심히 개발하고 노력하는 회사를 찾아서 발굴하고 투자한다. 개발과 전략은 그 회사 몫이지 손정의 몫은 아니기 때문이다. 대신 그는 '소프트뱅크가 300년 이상을 이어갈 기업 DNA를 만드는 것'에 집중한다. 그는 특정 기술, 특정 비즈니스 모델에 구속되지 않고 그 시대에 가장 뛰어난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서 그 기업과 함께 동반성장하는 것이 목표다. 초기 투자에 실패하더라도 시장은 그의 투자를 걱정하지 않는다. 지금은 돈을 투자할 때고, 조만간 규모의 싸움이 끝날 것을 읽고 있기 때문이다. 손정의의 타율감은 아직 살아있다.

[박선경의 발칙한 커뮤니케이션2]CEO 코드<10>손정의:감(感)이 오지?

박선경 문화칼럼니스트 sarahsk@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