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질병인가?]<10> 보호의 또 다른 뜻은 통제와 감시다

이장주 이락디지털연구소 소장
이장주 이락디지털연구소 소장

이장주 이락디지털연구소장(심리학박사)은 '과몰입 게이머 보호'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을사조약을 예로 들었다. 을사조약은 1905년 대한제국과 일본제국 사이에 체결된 외교권 양도 조약이다. 대한제국은 외교권을 상실하고 명목상 보호국으로 주권을 상실했다. 일본은 을사조약을 맺는 이유로 한국인을 보호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 소장은 “보호는 통제와 감시를 뜻하는 다른 용어”라며 “매우 주의해서 적용해야 할 개념”이라고 말했다.

형평성 문제도 제기했다. 어린 나이부터 시작되는 과도한 사교육이나 과도한 음주, 흡연자는 국가에서 제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게임은 셧다운제를 통해 이미 규제를 시행 중이다. 연령등급제, 결제한도 등도 같은 맥락이다. 헌법적 권리인 자기 결정권이 게이머에게만 적용되지 않고 보호되지 못하고 있다.

이 소장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게이머는 지금도 병원에 가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며 “하지만 게임장애가 질병으로 강제되면 자기결정권 침해가 올 수 있으며 이는 민주국가에서 매우 심각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게임장애를 질병화해서 얻는 이점은 인정하나 비판에 대한 피드백이 없다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질병화가 되면 전문가 의사소통시스템이 원활해지고 관련 연구 촉진, 행정 편의 등 순기능이 존재한다. 다만 게임이 미래 산업과 문화에서 중요한 기능과 지위를 차지하는 점을 고려하면 순기능을 무작정 쫓는 건 위험하다는 설명이다.

이 소장은 사회적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질병코드 등재 위험성을 경고했다. DSM2시절에는 청소년 가출과 집단비행이 아동청소년 정신장애로 분류됐다. 동성애나 성전환증 역시 정신질환으로 다뤄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정신장애에서 제외됐다. 생리학이나 신경화학물질 연구가 아니라 사회적 합의가 더 중요한 원인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할 경우 과거의 우를 또 저지르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1996년 개발된 영 척도가 아직도 이용되고 있는 점을 들어 경로 의존에 의한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경로 의존은 한 번 일정한 경로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틀리거나 비효율적임을 알게되도 따라간다는 경향성을 뜻한다. 선행 연구를 이어가다 보니 면밀한 검토보다는 '계속 이어져 온 것'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다.

도박과 같은 선상에서 다루는 것이 대표적이다. 의학계는 게임장애를 연구할 때 같은 행위중독으로 볼 수 있는 도박 중독 선행 연구를 가져오는 과정에서 게임과 도박을 혼재시켰다. 도박으로 일어난 피해와 게임으로 일어난 피해와 현상을 등치 시켰다. 그러므로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은유와 과학을 명확히 분리하지 못한 오류라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내 마음은 호수'라는 문장에서 마음을 수자원공사가 관리해야 한다는 것과 같은 이야기”라며 “은유와 과학을 헷갈리고 있다. 명쾌하게 도박과 게임을 분리해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콘텐츠 측면에서는 게임장애가 작용하는 범위가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게임과 미디어콘텐츠가 융합되는 추세로 최근 '블랙미러:밴더스내치' '당신과 자연의 대결' 등 드라마에 게임요소가 작용하고 있다. 인터렉티브 드라마를 기존 드라마로 봐야 할지 아니면 게임으로 봐야 할지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그는 “게임은 더는 일부 청소년에게 부적응 현상을 일으키는 미디어가 아닌 전 세계 26억 명이 즐기는 문화적 트렌드”라며 “연구가 충분히 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식질병화는 의료계와 게임업계 모두에 해를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소장은 “WHO 의도와 상관없이 사회적 인식과 영향은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으므로 이에 관한 고뇌가 있어야 한다”며 “망치든 사람 눈에는 세상 뾰족한 건 전부 못으로 보인다. 게임 자체를 부정적으로 볼 가능성이 높다”고 질병화 위험성을 우려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