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핀테크, 전통 금융 집어삼키기 가능할까?

핀테크 기업의 주 사업영역은 크게 송금, 지급결제, 대출중개, 자산관리 등이다. 전통 금융사와 경쟁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그렇다면 핀테크 기업이 과연 전통 금융사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여러 논란은 있지만, 최근 분위기는 충분히 뛰어넘을 수 있고, 오히려 전통 금융을 흡수, 종속할 수 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왜 가능할까?

그 이유를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핀테크 플랫폼에 대입시켜보면 답이 나온다.

우선 시장 지배력을 갖춘 이종 기업이 핀테크 사업에 뛰어들어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중국 알리바바가 대표적이다. 위어바오라는 MMF상품으로 2013년 출시 이후 약 100조원의 자금을 유치했다. 알리페이(즈푸바오)와 타오바오·텐마오 인터넷 쇼핑몰은 중국인의 필수 생활 플랫폼이 됐다.

혁신적 아이디어의 힘도 핀테크 강점이다. 페이팔이 상품 배송 전에 가맹점에 결제 대금을 입금하는 방식을 취한 반면, 알리페이는 상품 배송 확인 후 입금하는 제 3자 보증결제 방식을 도입, 송금 결제 시장을 장악했다.

저렴한 수수료도 강점이다. 알리페이는 결제 과정에서 개인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는 대부분 무료로 운용하고, 사업자에 해당하는 가맹점에게 결제수수료를 부과한다.

한국과 반대다. 이는 페이팔도 마찬가지다. 계좌개설부터 송금, 수신, 자금인출, 자금충전, 외환거래 등 개인 서비스 모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핀테크 지급결제 서비스는 편리하다. 결제 과정을 대폭 단순화했다. 기존 금융사가 선보인 지급결제 서비스는 6단계 이상의 과정을 거쳐야했다. 하지만 핀테크 기반 간편결제는 4단계 이하로 줄였다.

한국 핀테크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오히려 글로벌 핀테크 기업에게 종속되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실제 페이팔, 알리바바, 텐센트 등 공룡 핀테크 플랫폼 기업은 최근 한국 금융시장에 우회 진출했다. 하나은행과 이니시스, 다날 등 국내 금융사와 제휴해 소액 송금은 물론 직접 결제 서비스 시장까지 진출했다. 막대한 자본력과 인프라를 바탕으로 한국 금융 시장을 송두리째 집어 삼킬 수 있는 영향력이 있다.

금융 전문가들은 국내 핀테크 사업 경쟁력이 중장기적으로 제고되지 않으면 국내 관련 산업과 시장이 이들 글로벌 핀테크 기업에 종속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해외 핀테크사가 국내 지급결제 시장에 직접 진입해 금융거래 접점을 확보하고, 송금과 지급결제 시장에서 거래 비중을 확대하는 건 시간 문제다. 그럴 경우 신용카드사는 물론 전자지급결제대행사(PG), 은행 송금사업은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아울러 글로벌 기업이 첨단 알고리즘을 활용해 차별화한 신용평가 사업과 핀테크 사업 영역을 확대할 가능성도 높다. 예금과 대출, 자산관리 부문이다. 이 또한 토종 자산운용사와 증권사, 은행 대출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다행히 최근 금융당국이 핀테크 산업 성장을 위해 규제 혁파에 나선것은 고무적이다. 다만 이용자 측면의 규제 완화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자서명법과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심망법, 전자상거래 소비자보호법 등에 규정된 풀뿌리 규제를 걷어내야 한다. 아울러 대형 금융사들이 인수합병과 제휴, 직접투자, 액셀러레이터 설립 등을 통해 토종 핀테크 서비스를 전통 서비스에 융합하고 장기적으로 이를 수출해 경쟁력을 키우는 생태계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