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럭셔리카 캐딜락을 대표하는 플래그십 세단 'CT6'가 다시 태어났다. 혁신적인 미래 디자인 언어와 앞선 기술력을 집약했다. 과감한 진화를 강조하기 위해 차명 앞엔 '리본(Reborn)'을 붙였다.
캐딜락이 지난달 국내 판매를 시작한 리본 CT6를 서울과 인천을 왕복하며 시승했다. 리본 CT6는 한층 젊어진 외모에 편안하고 묵직한 승차감이 인상적이었다. 부분변경 모델이지만 파워트레인부터 첨단 안전·편의사양까지 완전변경 신차급 상품성 개선도 돋보였다.
리본 CT6는 캐딜락 디자인 진화의 시작을 알린다. 콘셉트카로 보여줬던 캐딜락 미래 디자인 언어 '에스칼라' 콘셉트를 양산차 최초로 적용했다. 전면은 세련되게 다듬은 LED 램프와 그릴, 존재감을 강조하는 캐딜락 엠블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차체 크기는 전장이 기존 CT6보다 40㎜ 이상 길어진 5227㎜에 달한다. 세로로 간결하게 떨어졌던 리어램프는 후면을 가로로 길게 연결하는 크롬 라인과 평행을 이룬다. 스포츠 트림에는 캐딜락 고성능 V 시리즈에 장착한 매쉬드 그릴과 에어로 파츠를 추가해 역동성을 강조했다.
실내에서도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 탑승자 손길이 닿는 모든 곳에 수작업 방식인 '컷 앤 소운' 공법을 사용한 최상급 가죽과 소재를 사용해 마감했다. 부드러운 질감의 가죽 시트는 편안하게 몸을 감싼다. 운전석과 조수석에선 최대 20방향으로 시트 조절이 가능하다. 모든 좌석에서 제공하는 마사지 기능도 장거리 주행 시 유용해 보인다.
리본 CT6에는 캐딜락 차세대 인터페이스 'CUE(Cadillac User Experience)' 업그레이드 버전을 적용했다. 기존 CUE 시스템은 화면을 직접 터치하거나 터치 패드로 조작해야 했지만, 리본 CT6는 동그란 조그셔틀 다이얼을 적용해 조작 편의성과 응답성이 좋아졌다.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카플레이를 지원하며, 사용자가 UI를 편집하고 조작할 수도 있다.
대시보드 상단에는 '파나레이(Panaray)'라고 적힌 스피커가 솟아있다. 34개의 스피커를 전략적으로 배치한 보스 파나레이 사운드 시스템은 정숙한 실내 공간에서 깨끗하고 풍부한 음질을 들려줬다.
리본 CT6는 제너럴모터스(GM) 차세대 프레임 제조 방식인 '퓨전 프레임'을 적용했다. 차체 62%를 알루미늄 소재로 적용하고 접합 부위를 최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동급 경쟁 모델보다 100㎏가량 무게를 줄이는 효과를 내 대형 세단의 무거운 느낌을 최소화하고 연료 효율성을 끌어 올렸다.
시동을 걸면 6기통 엔진 특유의 웅장한 엔진음을 들려준다. 파워트레인은 성능 개선을 거친 3.6ℓ 가솔린 직분사 엔진을 탑재했다. 최고출력은 334마력, 최대토크는 39.4㎏·m으로 여유로운 힘을 지녔다. 캐딜락 세단 최초로 채택한 하이드로매틱 10단 자동변속기는 매끄럽게 속도를 높인다.
강력해진 엔진과 변속기는 사륜구동 시스템과 어울려 여유롭고 정교한 주행 감각을 완성했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도로를 움켜쥐듯 안정적이면서 묵직하게 치고 나가는 느낌이 좋다. 20인치에 달하는 커다란 휠과 굳이어 타이어는 부드럽게 요철을 넘는다. 노면을 1000분의 1초마다 감시해 최적의 승차감을 제공하는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 서스펜션과 '굳이어' 타이어 덕분이다.
커다란 차체는 뒤뚱거림 없이 민첩하게 움직인다. 주행 시 조향 각도에 따라 뒷바퀴를 함께 움직여 회전반경을 최소화하는 '액티브 리어 스티어링'을 비롯해 다양한 주행 보조 기술이 역동적인 주행 성능을 발휘한다. 반응성을 높인 차선 유지와 차선 이탈 경고 시스템, 전후방 추돌 경고와 오토 브레이킹,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 첨단 안전 사양도 돋보인다.
열을 감지해 촬영한 전방 영상을 계기판으로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나이트 비전도 주목할 만한 기능이다. 야간 주행 시 잠재적 사고 요소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나이트 비전은 캐딜락이 꾸준히 발전시켜온 기술로 높은 정확성과 가독성으로 실제 주행 시 안전성 확보에 기여한다.
룸미러 대신 운전자 후방 시야를 300% 이상 넓혀주는 '리어 카메라 미러'는 화질이 더 좋아졌다. 화면 확대와 축소, 각도 조절 기능을 추가해 운전자가 직접 조정해 사용할 수 있다.
덩치가 큰 만큼 연비는 조금 아쉬웠다. 공인 복합 연비는 8.7㎞/ℓ(도심 7.5㎞/ℓ·고속도로 10.9㎞/ℓ)이다. 이날 시승에서 계기판으로 확인한 연비는 7~8㎞/ℓ 수준을 기록했다. 고속으로 정속 주행 시에도 10㎞/ℓ를 넘긴 어려웠다.
리본 CT6 가격은 스포츠 8880만원, 플래티넘 9768만원, 스포츠 플러스 1억322만원이다. 제네시스 플래그십 세단 G90 3.3T 모델(8099만~1억1388만원)과 비교해도 충분한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