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이 많았던 보건복지부 소비자직접의뢰(DTC) 유전자검사 시범사업에 사실상 신청 기업 13곳 모두가 선정됐다. 협의체를 중심으로 보이콧까지 선언했지만, 향후 시장 확대를 대비해 시범 운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모아지면서 참여율이 높아졌다. 정부 DTC 유전자서비스 검증에 참여의지는 높지만 향후 법제화 여부가 불확실해 업계 불안은 여전하다.
23일 정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복지부 DTC 유전자검사 인증제 시범사업 참여 신청 기업 14곳 중 13곳이 사업자로 선정됐다. 한 곳은 참여의사를 밝혔다 중도 철회했다. 이를 제외하면 사실상 신청기업 모두가 참여를 확정했다.
시범사업은 확대된 DTC 유전자검사 항목에 대해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 품질과 운영·관리역량을 인증하는 게 목적이다. 검사항목은 기존 허용 12개 항목에 퇴행성관절염, 멀미, 체지방률, 알코올 대사, 수면습관 등 45개 항목이 추가됐다. 약 5개월간 기업 서비스 품질 관리, 추가 항목 적절성 등을 평가한다.
시범사업 참여기업은 마크로젠, 테라젠이텍스, 디엔에이링크, 랩지노믹스 등 유전체기업협의회(유기협) 소속 기업 8곳이 선정됐다. 이외 와이디생명과학, 엘에이에스 등 5곳도 포함됐다. 질병관리본부에 등록된 유전자검사기관(43개) 중 약 3분의 1 시범사업에 참여한다.
마크로젠, 테라젠이텍스, 디엔에이링크, 메디젠휴먼케어 등 4개 기업은 산업통상자원부 규제샌드박스 사업에도 참여 중이다. 규제샌드박스 사업에는 생명윤리법에서 DTC 서비스로 금지하는 각종 암, 심뇌혈관 질환 등 질병 대상 서비스를 개발·검증한다. 추후 규제개선으로 검사항목 확대를 대비해 질병영역은 산업부 규제샌드박스 사업으로, 웰니스 영역은 복지부 DTC 시범사업으로 우선 검증하겠다는 전략이다.
당초 산업계는 DTC 유전자검사 항목을 웰니스 영역 121개로 확대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복지부 DTC 시범사업마저 검사항목을 57개로 한정하면서 유기협은 사업 참여 보이콧을 선언했다. 대신 현행법이 금지하는 질병 분야 DTC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검증하는 산업부 규제샌드박스 참여에 집중했다.
유기협 관계자는 “초기에는 산업계 요구사항을 외면한 복지부에 시범사업 보이콧으로 대응했지만, 점차 제한적으로나마 확대되는 검사항목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늘었다”면서 “복지부 시범사업으로 웰니스 분야 57개 항목 서비스를 검증하는 한편 산업부 규제샌드박스 사업으로 질병분야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는 등 투-트랙으로 사업을 준비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두 부처가 운영하는 시범사업에 참여 의지가 높지만, 검사항목을 늘리는 법 개정은 불확실하다. 복지부는 산업부 규제샌드박스 사업과 DTC시범사업 운영 결과를 보고 검사항목 확대 범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수년 간 논의 끝에 의료계-산업계가 합의한 120여 개 검사항목도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에서 폐기된 만큼 안심할 수 없다.
유기협 관계자는 “유전체 분석 기업이 보이콧을 철회한데 이어 비용까지 지불하며 정부 시범사업에 참여한 이유는 긍정적인 데이터를 많이 만들어 추후 법령 개정에 근거로 제공하기 위해서다”라면서 “한시적인 시범사업이지만 업계는 비즈니스 전략을 수립하고, 추후 먹거리를 발굴하는 중요한 기회”라고 말했다.
<정부 DTC 유전자검사 시범사업 현황 및 참여기업(자료: 업계 취합)>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