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리뷰] 영화 '어린 의뢰인' “하나뿐인 동생을 죽였습니다.” 소녀의 자백

[컬처리뷰] 영화 '어린 의뢰인'  “하나뿐인 동생을 죽였습니다.” 소녀의 자백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되는 온갖 패륜과 묻지마 범죄들이 뉴스 기사를 도배하는 작금의 시대에 우리는 더 가슴 아프게 하는 것은 아이들과 관련된 범죄가 아닐까 한다. 게임에 방해가 된다고 생후 2개월 된 친아들을 학대해 죽이거나 계부가 의붓딸을 살해할 때 친모가 그를 도왔다는 기사들은 분명 소름 끼치고 끔찍한 뉴스 인 것이 분명하지만 도토리 키 재기라도 하듯 앞다투어 연일 보도되는 탓에 만성화되어 익숙해지는 것이 아닐지 걱정이 될 따름이다.
 
5년 전 칠곡에서 있었던 계모의 아동학대 사건이 세간에 알려지게 된 것은 2014년 S사의 모 프로그램 덕분이었다. ‘새엄마를 풀어주세요- 소녀의 이상한 탄원서’라는 제목으로 방송되었던 칠곡 계모 아동학대 사건은 12살의 소녀가 8살짜리 친 여동생을 죽였다고 진술한 것이 계모의 강요로 인한 거짓말이었다는 사실이 탄로 난 것이었다.


 
실제로 계모는 두 자매를 세탁기에 가두거나 물고문을 하는 등의 악행을 일삼았고 8살짜리 의붓딸을 폭행한 후 복통을 호소함에도 그대로 방치하여 장간막 파열에 따른 복막염을 원인으로 숨지게 하였다. 거기에 피해자였던 12살 소녀를 협박하여 자신의 친동생을 폭행하는데 가담했고 계모가 아닌 자신이 동생을 죽였다고 진술하게 하는 등 악랄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컬처리뷰] 영화 '어린 의뢰인'  “하나뿐인 동생을 죽였습니다.” 소녀의 자백

자매들의 친부 또한 계모의 학대를 방관하고 아버지로서 자식들을 보호하지 않아 함께 처벌을 받았던 이 사건은 당시 많은 이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고 아직까지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아닐까 한다.
 
바로 이 칠곡 계모 아동학대 사건이 ‘선생 김봉두’, ‘여선생 vs 여제자’, ‘이장과 군수’등의 사회 풍자적 코미디 영화를 연출했던 장규성 감독을 통해 영화화되었다. TV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통해 얼굴을 알리고 최근작 ‘극한 직업’으로 충무로 대세 배우 반열에 들어선 배우 이동휘와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탄탄한 연기력을 다지며 편안하고 낯익은 얼굴로 우리에게 친숙한 배우 유선이 각각 변호사와 계모 역할을 맡았다.
 

[컬처리뷰] 영화 '어린 의뢰인'  “하나뿐인 동생을 죽였습니다.” 소녀의 자백

크랭크인 당시 ‘멍’이라는 가제를 달고 있었던 이 영화는 ‘어린 의뢰인’이라는 제목으로 개봉되었다. 배우 이동휘와 유선은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지금도 부모로부터 고통받는 아이들이 세상에 많다는 사실을 대중들에게 알리고 싶어 출연을 결정했다고 한다.
 
특히나 '아동학대 예방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배우 유선은 계모 ‘지숙’역을 맡음으로써 지금이 시간에도 어디선가 고통받고 있을지 모를 아이들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는 후문이다. 영화 관람객들에게 자신의 계모 연기가 악랄하게 보일수록 아동학대 사건의 심각성에 대해 뼈아프게 받아들여질 것이라는 생각에 밤잠도 설쳐가며 극 중 배역에 몰입하고자 노력했다고 한다.
 
영화에서는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8세와 12세의 자매가 아닌 10세 소녀와 7세 남아의 남매로 등장인물의 성별과 연령을 바꾸었다. 실제 있었던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는 있지만 영화적인 요소를 가미하고 보다 개연성 있는 공감대를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몇 가지 요소들을 극적으로 설정한 것이다.
 

[컬처리뷰] 영화 '어린 의뢰인'  “하나뿐인 동생을 죽였습니다.” 소녀의 자백

배우 이동휘가 맡은 변호사 역할도 실제 사건 속의 인물이라기보다는 계모의 억압에 못 이겨 허위자백을 해야 했던 어린 소녀를 보호하고 대변할 수 있는 극 중의 주체로 보아야 하는 것이 맞을 듯하다. 실제 사건에서는 계모가 숨진 의붓딸의 장례식 지원비를 받기 위해 칠곡군청을 방문했을 당시 근무하고 있던 사회복지 공무원이 이를 수상히 여겨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해당 사건이 재조명되기도 했다.
 
사실 영화는 실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흥미진진한 결말을 가지고 있지도 못하고 여가시간을 활용하여 기분전환을 할 수 있는 가벼운 영화가 되지도 못한다. 영화를 보면서 불편하고 답답하며 울화통이 터지는 기분을 느끼게 될 터라 꼭 보라고 추천할 수 있는 영화도 아니다.
 
하지만, 서두에서도 이야기를 꺼냈던 것처럼 아이들과 연관된 가족형 범죄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는 현 세태에 자녀를 키우고 있는 부모라면 한 번쯤 꼭 스크린을 통해 보아야 하는 영화가 아닐까 한다. 우리 주변에서는 이러한 일들이 이미 일어나고 있고 이 영화 ‘어린 의뢰인’ 역시도 이 땅에서 실제로 있었던 사건을 가지고 만든 영화이기 때문이다.
 
어른으로서 아이들을 어떻게 대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하는 영화 ‘어린 의뢰인’.
 
영화를 통해 이 땅의 부모로서 어른으로서 현시대에 발생하고 있는 아동 관련 범죄들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다.

 전자신문 컬처B팀 오세정 기자 (tweet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