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맨이 영화로 나온 지 20년이다. 2000년 첫 작품이 등장했다.
열흘 후면 새로운 작품 '엑스맨-다크 피닉스'가 관객을 찾는다.
그런데 이번에는 손등에 긴 칼(클로)을 차고 적을 물리치는 엑스맨의 상징적 존재 '울버린'이 등장하지 않는다고 한다.
늑대 같은 얼굴을 한 울버린의 손등에서 '챙~' 하고 클로가 튀어나오는 장면이야말로 엑스맨을 잊기 힘든 영화로 만드는 요소다.
영화에서는 클로를 '아다만티움'이라는 물질로 만들었다고 한다. 서구 신화에서 매우 단단한 물질을 의미하는 단어 '아다만트'에서 유래한 것 같다.
물론 이 물질은 영화에만 나오는 가상의 물질로,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클로 만큼이나 울버린을 유명하게 만든 돌연변이 초능력이 있는 데 '힐링팩터'다.
힐링팩터는 피부나 근육에 상처가 나면 곧바로 재생하고 치유하는 능력을 말한다.
무엇보다 울버린은 아다만티움이라는 단단한 물질이 매번 손등을 뚫고 나오기 때문에 이걸 견디기 위해서라도 힐링팩터 능력은 필수다.
아다만티움 칼을 쓸 때마다 손에 붕대를 감아야 한다면 엑스맨 장르가 코미디가 되지 않을까.
슬픈 점은 울버린의 힐링팩터 능력이 모순적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이다.
자신은 힐링팩터를 통해 모든 상처를 치유하고 생존하지만, 막상 주변 사람은 지키지 못한다. 아내를 잃고 친구를 잃는다.
결코 손상되지 않는 육체를 가졌으면서도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지 못하는 심정이 어떨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하기야 모든 게 완벽하면 히어로 영화의 재미는 반감될 것이다.
힐링팩터가 영화 소재로 그치지만은 않을 모양이다.
과학자가 스스로 치유하고 재생하는 물질을 개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흠집이 나거나 절단된 면을 스스로 치유하는 기술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엘라스토머'라 불리는 신소재는 실온에서 자가 치유 능력을 보유했다. 잡아당기면 늘어나고, 힘을 빼면 다시 본래 형태로 돌아간다.
고무줄이라면 당연한 일이지만 딱딱한 물질에서 이런 일이 가능하다니 놀랍기만 하다.
엘라스토머를 자른 다음 다시 붙이면 실온에서 2시간 만에 본래 강도의 80%가 회복되고, 6시간이 지나면 완전히 회복된다고 한다.
힐링팩터 기술이 현실화하면 써먹을 수 있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스마트폰이다. 액정이나 본체에 힐링팩터를 적용하면 흠집이나 파손 걱정 없이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자동차 역시 가벼운 사고나 '문콕 흠짓' 정도는 쉽게 회복될지 모른다.
일상생활에서 흠집이나 파손 위험이 줄어든다면 마음 졸일 일도 줄어들지 않을까.
그런데 울버린이 힐링팩터를 가지고도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지 못했듯, 힐링팩터 기술이 적용되면 물건을 함부로 써서 오히려 더 빨리 망가지게 되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이래저래 세상은 모순투성이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