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장애를 담은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 11차 개정안이 통과됐다. 게임장애가 정신질환으로 등재된 것이다. 유예기간을 감안하면 국내에는 2025년 적용이 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즉각 게임장애 대응 민관협의체를 구성하면서 대책마련에 나섰다.
WHO는 25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72차 총회 B위원회에서 ICD-11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B위원회에서 통과된 새 기준은 28일 총회 전체 회의 보고를 거치는 절차만 남았기 때문에 사실상 개정 논의는 마무리 된 셈이다.
ICD-11에는 ICD-10의 1만4400개 항목보다 크게 증가한 5만5000개 항목이 질병으로 분류됐다. 194개 WHO회원국에서 2022년부터 적용된다.
국내외서 논란이 됐던 게임장애는 '6C51' 코드를 부여받았다. 정신, 행동, 신경발달 장애 영역에 하위 항목으로 포함됐다. WHO는 단순히 게임을 즐기는 행위도 질병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논란을 의식해 지속성과 빈도, 통제 가능성을 판정기준으로 만들었다.
게임 통제 능력이 손상되고 다른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중요하게 여기며 이러한 부정적인 결과에도 게임을 지속하는 행위가 12개월 이상 지속되면 게임장애로 판단한다. 증상이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12개월 이내라도 게임장애 판정을 내릴 수 있다.
질병코드가 부여되면 각국 보건당국은 질병 관련 보건 통계를 작성해 발표한다. 이를 기반으로 질병 예방과 치료를 위한 예산을 배정할 수 있게 된다. 기금을 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질병으로 공식 분류됐다고 해서 국내에 바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WHO 질병 분류 코드는 권고 사항이다. 각국이 수용할 때는 세부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
한국은 독자적인 기준인 한국질병분류코드(KCD)를 가지고 있다. 통계청이 담당하고 있으며 5년마다 통계청과 보건복지부가 협의를 거쳐 진행한다. KCD에 넣으려면 과학적 조사와 전문가 자문, 연구용역을 거쳐야 하고 유사증상이라 할 수 있는 인터넷 중독이나 스마트폰 중독 그리고 공존질환과 상관관계도 살펴봐야 한다. 다음 KCD 등재 논의가 이뤄지는 2020년은 유예기간이므로 국내 적용 논의는 2025년 가능하다.
다만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작년 국정감사에서 분류 시 “바로 받아들이겠다”고 밝힌 만큼 진통이 예상된다. 실제 보건복지부는 6월 중 게임장애 대응 민관협의체를 만들어 행동에 나선다. 관계부처와 법조계, 시민단체, 게임분야, 보건의료 분야 전문가 등으로 구성한다. 이해관계자 의견수렴과 KCD 개정 문제 등을 논의하고 향후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권준욱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협의체 운영으로 관련 분야 전문가와 관계부처 등이 의견을 나누겠다”면서 “향후 일정에 대비해 중장기적 대책을 논의하고 준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은 분분하다. 게임장애를 두고서는 학부모와 교육계 및 게임사 시각이 첨예하게 엇갈린다. 자녀 게임장애를 우려하는 학부모단체와 교육계, 관련 시민단체 등에서는 게임장애를 예방하고 치료해야 할 대상으로 보지만 게임업계는 게임에 대한 지나친 편견으로 이를 죄악시하는 과도한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