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10년째 멈춰선 교육IT <하> 디지털 격차벌어진 사교육과 공교육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최근 김해 관동초등학교를 방문해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한 수업에 참여하고 간담회를 가졌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최근 김해 관동초등학교를 방문해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한 수업에 참여하고 간담회를 가졌다.

학교 정보기술(IT) 환경이 10년째 제자리걸음을 하는 동안 사교육은 에듀테크라는 날개를 달고 도약했다.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에 친숙한 디지털 세대에 발맞춰 쉼없이 변신한 사교육은 역대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대로 학교 IT를 방치한다면 공교육과 사교육의 차이는 더 벌어질 수 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대도시권 중산층 이상은 어려서부터 메이커교육, 실감형 교육, 창의교육 등 미래 교육도 쉽게 접하고 있다. 농·산·어촌이나 결손가정일수록 미래교육을 받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학교에서조차 미래 교육을 접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교육의 공공성을 가장 강조한 문재인정부가 디지털 교육에 대한 무관심으로 공교육·사교육 격차를 더 벌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학교 대상 디지털교과서 사용 전후 학생 미래핵심역량 향상도. 자료=교육부
연구학교 대상 디지털교과서 사용 전후 학생 미래핵심역량 향상도. 자료=교육부

◇ 훨훨 나는 사교육

학습지 시장은 디지털과 4차 산업혁명 기술로 중무장했다. 과거 학습지라고 하면 하루이틀치 학습분량의 문제를 집으로 배달해주고 체점해주는 형태였지만 이제는 태블릿PC가 이를 대체한다. 인공지능(AI)이 아이들의 수준에 맞게 맞춤형 문제를 내주고 부족한 점은 보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하루에만 수천만 학습데이터를 쌓아 분석한다. 잘 이해가 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이해하기 쉬운 동영상을 유튜브에서 찾아 보여주기도 한다. 실감형 콘텐츠로 머릿속에 쏙쏙 들어올 뿐만 아니라 게임 방식 콘텐츠로 지루하지도 않다. 학습지 시장이 태블릿PC 시장 성장까지 이끌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해 사교육비는 2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 1인당 사교육비는 역대 최고인 29만 1000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7% 성장한 수치다. 참여유형별 분류에서 인터넷·통신은 1인당 소비 금액 자체는 6000원으로 적게 조사됐으나, 전년대비 성장률이 무려 25.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빅데이터 분석과 AI 서비스 등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방문학습지나 학원까지 포함하면 성장률은 물론 규모 자체도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출판사 임원은 “태블릿PC 학습지에 친숙했던 아이가 학교에 가면 책으로 공부를 해야 하는데 흥미를 느낄 수 있겠는가”라면서 “공교육이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사교육 못지 않은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교육비 현황> 단위 : 만원, %. 출처=교육부

◇총체적 관리 부실이 낳은 교육격차

학교 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교과서도 사교육 학습지 못지 않게 잘 구성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디지털교과서를 접한 학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2015 교육과정에 맞춘 디지털교과서는 아직 초등학교 3~4학년과 중학교 1학년 사회·과학 정도만 나와 있지만 단계별로 추가될 예정이다.

교육부는 2018년 디지털교과서 연구학교 대상 디지털교과서 사용 전후 학생들의 미래핵심역량을 검사했다. △자기주도적 학습능력 △창의성 및 혁신능력 △정보활용능력 △학습엽업능력 △비판적사고 △학습자신감 등 모든 항목에서 디지털교과서를 사용한 후 점수가 높게 나타났다.

연구학교 대상 디지털교과서 사용 전후 학생 미래핵심역량 향상도. 자료=교육부
연구학교 대상 디지털교과서 사용 전후 학생 미래핵심역량 향상도. 자료=교육부

하지만, 이는 환경이 그래도 잘 갖춰진 연구학교 이야기다. 일선 학교에서 디지털교과서를 사용하기에는 제약이 많이 따른다. 무선AP 보급사업 덕에 2021년 후에는 모든 학교에 최소 교실 2개에서 무선 접속이 가능하다. 디지털교과서 활용을 위해서는 교실을 옮겨가며 수업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마저도 학교 IT 환경이 잘 관리되었을 때야 가능하다. 교사들은 일일이 태블릿PC를 관리하고 프로그램을 다운로드도 해야 한다. 무선 장애가 발생하면 해결할 방법도 없다. 중앙 AS 센터에 연락한다 해도 전국을 모두 관리하는 센터가 즉시 응대해주기도 힘들다. 관리부실로 100Mbps 속도도 내지 못하는 학교에서 대용량 실감형 콘텐츠는 다른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결손가정 학생들은 아이디 발급부터 난관에 부딪힌다. 디지털교과서나 e학습터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아이디를 발급받아야 하는데, 14세 미만이라면 부모 동의가 필요하다. 다문화가정, 결손가정, 농산어촌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이 가장 난감해 하는 부분이다. 아이디 발급을 위해 부모가 도와주기 힘든 상황조차 많이 발생한다. 비밀번호라도 잊어버리게 되면 교사들은 도와줄 방법이 없다. 다양한 콘텐츠를 위해 구글이나 각종 포털 아이디를 발급받고자 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학내망이나 디지털교과서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인력과 제도가 갖춰지지 않은 것이다.

디지털교과서 내려받기 방법. 출처=디지털교과서 홈페이지
디지털교과서 내려받기 방법. 출처=디지털교과서 홈페이지

◇차세대 나이스·에듀파인도 구세대 우려

= 정부는 고교학점제 도입 등 신규 정책을 반영해 2022년 4세대 나이스(NEIS,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을 구축·개통할 예정이다. 올해 10월까지 20억원을 투입해 정보화전략계획(ISP)을 수립한다. 교무업무와 학교 행정 등 전문가로 구성된 TF도 꾸렸다. 차세대 에듀파인시스템은 2020년 구축한다.

한번 구축하면 5~10년을 사용하는 시스템이다. 미래 사용자 환경 고려가 우선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교육부도 사용자 중심의 정보시스템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업무프로그램을 고도화하고 학습관리와 교무행정업무를 수용해 교사들의 부담을 덜어줄 계획이다.

하지만, 교육 환경이 참여형 공유형으로 전환되는 것은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참여형 수업의 가장 기본이 되는 클라우드는 제한적으로만 고려하고 있다. 보안이 우려된다는 이유다.

국내 교육 기관 관계자는 “중앙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클라우드 환경이 조성되어야 하지만, 중앙 시스템부터 학내망에 이르기까지 무엇하나 변하는 것이 없다”고 꼬집었다.


<사교육비 현황> 단위 : 만원, %. 출처=교육부

[이슈분석]10년째 멈춰선 교육IT <하> 디지털 격차벌어진 사교육과 공교육

[이슈분석]10년째 멈춰선 교육IT <하> 디지털 격차벌어진 사교육과 공교육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