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유전자 치료제로 허가 받은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 품목 허가가 취소됐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자료 허위 제출로 형사 고발과 함께 사실을 은폐, 도덕성까지 추락하면서 충격이 크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8일자로 인보사 품목 허가를 취소하고 코오롱생명과학을 형사 고발한다고 밝혔다.
인보사는 무릎 골관절염 치료에 쓰는 유전자 치료제다. 주성분은 1액(동종유래 연골세포)과 2액(TGF-β1 유전자삽입 동종유래 연골세포)로 구성된다. 2017년 7월 12일 국내 첫 유전자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최근 2액이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로 확인돼 지난달 1일 판매·유통이 전면 중단됐다.
식약처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2액이 신장세포로 바뀐 경위와 이유를 입증할 자료 제출을 요구한 데 이어 4월 9일~5월 26일 자체 시험검사, 5월 2~8일 코오롱생명과학 현장조사, 20~24일 미국 현지실사 등으로 추가 검증을 실시했다.
조사 결과 2액은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로 확인한 데 이어 회사의 불법 행위도 밝혀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2액과 1액이 같은 연골세포임을 증명하려면 두 액의 단백질 발현 양상을 비교·분석해야 하지만 '1액과 2액 혼합액'과 2액을 비교하는 등 자료를 허위로 작성해서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식약처가 2액 최초 세포를 분석한 결과 신장세포에서만 발견되는 특이 유전자가 검출됐다. 허가 당시 신장세포가 아니라는 증거로 제출한 자료 역시 허위라는 의미다.
허가 전에 확인된 추가 사실도 숨긴 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인보사 개발사인 미국 코오롱티슈진 현지 실사 결과 코오롱생명과학은 허가 전 2액 세포에 삽입된 TGF-β1 유전자 개수와 위치가 변동된 사실을 알고도 숨긴 채 관련 자료를 식약처에 제출하지 않았다. 또 코오롱생명과학은 2액이 신장세포임을 확인했다는 사실을 코오롱티슈진으로부터 2017년 7월 13일 전달받은 것으로 볼 때 사실 은폐로 판단했다. 식약처 품목 허가를 받은 하루 뒤다.
강석연 식약처 바이오생약국장은 “이메일을 받은 것으로 보아 코오롱생명과학은 이미 당시에도 해당 사실을 알고 있은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허가 하루 뒤에 알았더라도 도의적으로 밝히는 게 상식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이 신장세포로 바뀐 경위와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 것 역시 허가 취소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를 종합할 때 인보사 허가를 위해 제출한 서류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결론을 내리고 품목 허가 취소와 코오롱생명과학 형사 고발을 결정했다.
식약처는 환자 안전과 재발 방지 대책도 함께 발표했다. △세포사멸 시험으로 44일 후 세포가 더 이상 생존하지 않은 점 △임상시험 대상자에 장기 추적 관찰 결과 중대한 부작용이 없었다는 점 △전문가 자문 결과 등 현재까지 내용을 종합할 때 안전성에는 큰 우려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2액이 연골세포가 아니라 신장세포로 확인됨에 따라 만약의 부작용에 대비해 전체 투여 사례 3707건을 특별 관리하고, 15년 동안 장기 추적 조사할 방침이다.
이번 사태에 허가 당국 체계의 문제점도 지적됐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연구개발(R&D) 단계부터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인체세포 등 관리업'을 신설, 세포 채취부터 처리·보관·공급까지 단계별로 안전 및 품질관리 기준을 마련한다. 또 최초 신약, 첨단 기술 등 전문적 심사가 필요한 경우 품목별 특별 심사팀을 구성·운영키로 했다.
강 국장은 “인보사 허가 취소 사건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서 앞으로 좀 더 안전하고 우수한 의약품이 개발·공급될 수 있도록 환자 중심 안전관리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성다교기자 dksung@etnews.com,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