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중관춘은 2만여개의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206개 연구기관, 40개 대학이 밀집한 국가 부흥 전략의 핵심 지역이다. 단순한 비즈니스 구역이 아니라 창업카페, 호텔, 백화점, 쇼핑몰 등 여가·문화생활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복합 공간이다. 혁신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창업, 다른 창업자나 투자자와 소통할 수 있다. 이곳에서 창업한 작은 벤처기업이 중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고,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다.
최근 한국도 중관춘 만들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추진하는 '스타트업파크'가 한국판 중관춘이다. 중기부는 지난 24일 스타트업파크 공모를 마감했다. 전국에서 14개 광역지방자치단체가 참여했다.
이번 공모는 정부가 전체 구상안을 내놓고 지역을 선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자체가 자체 인프라를 활용해 중·장기 계획안을 제시하면 평가를 통해 최적지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중기부는 선정 기준을 '실효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스타트업파크를 전국으로 확산하기 위해서는 시범사업 성공이 필수 요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류심사에서부터 현장 점검과 발표 평가를 앞두고 지자체 간 과열 경쟁이 자칫 사업 취지를 훼손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공모 시작 단계부터 박영선 중기부 장관의 “수도권을 포함한 국가균형발전 내 검토” 발언을 두고 서로 유리하게 해석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일부 지자체는 정치권까지 동원하려 한다. 아직 물밑 작업 수준에 머물고는 있지만 스타트업파크 유치전이 정치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기부는 공정한 심사를 약속했다. 평가위원들에게 외압이 가지 않도록 자신들부터 지자체 사업평가서를 직접 보거나 평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중기부의 각오가 오롯이 지켜지기를 바란다. 스타트업파크는 국가 미래를 준비할 혁신 창업 거점이다. 무분별한 지역 이기주의로 말미암아 취지가 손상되거나 엉뚱한 결과가 나오는 일이 반복되면 안 된다.
대전=양승민기자 sm104y@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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