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청이 내놓은 비상방송설비 성능개선 종합대책의 일부 방안에 대해 현장 업체를 중심으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안 되더라도 비상 시 방송설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위험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28일 방송설비업계와 시공업계에 따르면 소방청이 제시한 네 가지 방안 가운데 하나로 제시된 퓨즈(Fuse) 방식 안전성이 낮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합선으로 퓨즈가 끊어지더라도 별도 소방검사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이 같은 사실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소방청은 지난 1월 전국 공동주택, 공장, 복합건축물 등에 설치된 6만9000여 비상방송설비에 적용할 네 가지 성능개선안을 제안했다. 방송설비 단선, 단락(합선)을 체크해 비상 시 안내 방송이 정상 작동하지 않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비상방송설비 화재안전기준(NFSC 202) 제 5조 1항 '화재로 인하여 하나의 층의 확성기 또는 배선이 단락 또는 단선되어도 다른 층의 화재통보에 지장이 없도록 할 것'에 따른 것이다.
소방청 종합대책을 살펴보면 1안은 퓨즈를 각 층에 설치해 합선 여부를 검사하도록 한다. 비용이 가장 저렴하다. 2안은 같은 퓨즈지만 발광다이오드(LED)를 탑재해 합선 여부를 알린다. 3안은 각 층에 증폭기를 설치하는 것이다. 4안은 라인체커와 RX리시버를 설치해 중앙 통제실에서 단락과 단선 여부를 모니터링한다.
업계에서는 1안은 합선 여부를 즉각 인식할 수 없다는 점을 우려한다. 합선이 돼 퓨즈가 끊어져 설비가 먹통이 되더라도 직접 방송을 내보내거나 육안 검사하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본지가 접촉한 복수 설비, 시공업체 관계자들은 “1안으로 제시된 퓨즈 방식은 가격은 저렴할지 몰라도 안전성은 가장 떨어진다”며 “2안은 설계상 일부 공공 아파트를 제외하고는 적용이 어렵다. 3안 혹은 4안으로만 시공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일반 공동주택, 상가 내 비상방송설비는 소방점검 외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만약 합선으로 퓨즈가 끊어지더라도 소방점검 전까지는 이를 알아차리기 어렵다”면서 “퓨즈가 끊어진 상황에서 화재가 나면 속수무책”이라고 부연했다.
소방청은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화재상황에서 비상방송설비가 먹통이 된다는 지적에 대한 대책으로 이 같은 안을 내놨다. 현행법에서 비상방송설비는 화재로 하나의 층에서 확성기나 배선이 단락 또는 단선되더라도 다른 층 화재통보에 지장이 없어야 한다.
업계에서는 비상방송설비 내구연한 역시 법으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또 다른 시공업체 관계자는 “비상방송설비가 소방검사용으로만 활용되다 보니 현장에서 30년이 넘은 장비를 점검하기도 한다”면서 “안전과 직결되는 장비인 만큼 내구연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