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암호화폐거래소인 비코인 '먹튀' 추정 사고를 두고, 현지와 국내에서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먹튀가 아닌 경영권 분쟁에 따른 갈등이 진짜 이유라는 주장도 있고, 임원(내부자)이 코인을 횡령해 잠적했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현재 출금 서비스 등이 막히면서 투자자뿐만 아니라 해당 거래소에 상장됐거나 상장이 추진 중인 기업도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현재 비코인에 상장됐거나 추진 중인 국내기업은 애스톤, 쉴드큐어, 헥스 세 곳이다.
거래소 서비스가 중단되면서 이들 기업은 사실상 거래정지 상태다. 코인을 거래할 수 없어 투자자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국내 기업도 비코인 먹튀 사고를 인지하고, 대안 마련에 착수했다.
김태봉 쉴드큐어 대표는 “약 6만달러 상장 수수료(피)와 자체 코인을 거래소에 지급했는데, 거래소 서비스가 정지돼 큰 피해를 입고 있다”면서 “투자자 항의가 지속되고 있어, 회사 차원에서 보상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쉴드큐어는 투자자 대상으로 단체 방을 만들고 출금 지연 등에 대한 보상 지원 대책을 발표, 피해자 파악에 착수했다.
애스톤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엑스블록시스템즈도 서비스를 비코인 모회사인 코인슈퍼에 이관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방안도 임시 처방이다.
피해 기업 관계자는 “비코인 대표는 연락이 두절된 상태고, 비코인 서비스가 중단된 것에 대해 모회사인 코인슈퍼에 이유를 물었지만 명확한 답변을 듣지 못하고 있다”면서 “수개월째 서비스가 중단돼 기업 이미지 추락은 물론 투자자 금전 피해도 계속 불어나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기업 대표는 “모회사와 비코인 간 경영권 분쟁이 발생해 서비스가 지연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현지에서는 내부 경영진이 코인을 들고 잠적했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장과 관련된 기업은 물론 개인 투자자 피해도 클 것으로 예상되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다. 특히 해외 암호화폐거래소 관련해서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조차 없어 투자자와 기업 피해가 크다는 주장이다.
정부의 암호화폐에 대한 불명확한 행보가 지속되면서 정책 공백 상태가 이어지는 점을 가장 크게 비판했다. 관련 업계는 무엇보다 비트코인 가격 상승 등으로 해외거래소 이용이 증가하고 있는데, 보다 근원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우선 한국블록체인협회가 제안한 '(가칭)디지털토큰산업 가이드라인'을 적극 활용해 이 같은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협회가 정부에 세부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지만 아직까지 수용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
협회 가이드라인은 암호화폐거래소 운영 준수 의무와 자금세탁 방지 조항, 거래소 보안성 검증, 재무건정성 등 비교적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가이드라인에 해외 거래소 먹튀 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추가로 제시해 적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업계는 지적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