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사적복제보상금 "적극 검토", 삼성 등 제조사 반발 넘을까?

문체부 사적복제보상금 "적극 검토", 삼성 등 제조사 반발 넘을까?

문화체육관광부가 사적복제보상금 제도 도입에 착수한다. 창작자 권리를 보장하고 수익을 늘리는 차원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사 반발과 별도 예산 편성이 걸림돌로 지적됐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8일 한국저작권보호원에서 열린 업계 간담회에 참석해 “사적복제보상금, 공공대출권 등 새로운 제도 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공공대출권, 사적복제보상금 제도 검토는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른 이용환경 변화를 고려해 저작자 등 창작 기여자에 보상을 강화하는 차원이다.

공공대출권은 공공도서관 대출로 저작물 판매 기회가 줄어드는 부분에 대해 저작자에게 보상금을 지불하는 제도다. 별도 예산 편성이 필요하다.

사적복제보상금은 스마트폰, 태블릿 등 사적복제기기 제작자나 수입자에게 보상금을 징수해 저작자 등에게 지급하는 제도다. 공공대출권과 사적복제보상금 제도는 유럽을 중심으로 각각 약 40여개국, 70여개국이 도입했다. 공공대출권과 사적복제보상금은 저작권, 창작자 단체가 지속적으로 도입을 요청해 왔다. 문체부가 이에 대해 '도입을 전제로 한 검토'라는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이다.

사적복제보상금 도입은 국내 전자기기 제조사가 강력 반대한다.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2000년대 중반 일명 'MP3폰'에 사적복제보상금 도입 논의가 일자 강하게 저항했다.

박 장관은 “이해 관계자와 협의할 것”이라면서 “전체 파이를 넓히는 차원에서 접근하겠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날 '저작권 산업 생태계 강화'를 강조했다. 음악, 영화, 웹툰, 게임 등 콘텐츠산업이 활성화되는 만큼 창작자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박 장관은 △저작권 침해에 대한 단호한 대응 △창작자 몫 확대와 정당한 보상 △저작물 이용 활성화를 통한 산업 혁신 도모를 핵심 정책 방향으로 제시했다.

박 장관은 “영화 '기생충' 황금종려상 수상, 방탄소년단의 빌보드 순위 섭렵 등 세계인에게 인정받고 사랑받는 우리 콘텐츠가 자랑스럽다”면서 “우리 콘텐츠가 제대로 보호받고 창작자가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저작권 체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방송유통사, 게임제작사 등 콘텐츠업계에서는 저작권 보호 강화를 요청했다. 만화·웹툰 분야를 대표해 참석한 윤태호 만화가는 “아무리 훌륭한 콘텐츠를 만들어내도 그것이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지속적인 창작이 어렵다”고 말했다.

음원사를 대표해 참석한 이제욱 카카오 부사장은 “음원 분야에서는 창작과 함께 유통 사업의 발전이 산업 성장의 중요한 축”이라며 균형적인 접근을 제언했다.

박 장관은 “저작권 위탁관리단체 공정성 제고, 투명한 저작물 유통정보 시스템 구축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저작물 이용자이자 창작자인 유튜버 조장우(활동명 조매력)씨는 “노래 모창(커버) 영상과 게임방송을 유튜브에 주로 올리는데 어디까지 저작물을 활용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면서 1인 방송인으로서의 애로사항을 말했다.

박 장관은 “'1인 미디어를 위한 저작권 안내서'를 제작하고 '고아저작물 제도 혁신' 등을 통해 개개인 적극적인 저작물 이용을 장려해 새로운 창작과 산업 혁신을 이끌어가겠다”고 답했다. 고아저작물(Orphan Works)은 저작자를 알 수 없거나, 저작자가 사는 곳을 알 수 없어 이용 허락을 받기 어려운 저작물을 통칭한다.

김시소 게임/인터넷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