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본관동에 위치한 계산과학플랫폼센터. 각종 시뮬레이션 연산과 데이터 분석을 간편화한 계산과학플랫폼 '에디슨(EDISON)'이 태어난 곳이다. 계산과학플랫폼센터를 찾아 에디슨의 성능을 테스트해 보기로 했다.
놀랍게도 센터 안내로 들어간 곳은 연구실이나 컴퓨터실이 아니라 일반 회의실이었다. 준비한 시연 도구도 아주 단출했다. 노트북 한 대와 화면을 더 크게 보기 위한 모니터 한 대가 전부였다. 보통 시뮬레이션 연산을 하려면 강력한 컴퓨팅 파워가 필요하기 때문에 많은 장비가 있어야 하지만 '이게 뭐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에디슨은 KISTI 슈퍼컴 인프라와 연결돼 있습니다. 노트북이 아니라 스마트폰만 있어도 시뮬레이션을 수행할 수 있어요.” 기자의 속마음을 눈치라도 챈 듯 이종숙 계산과학플랫폼 센터장이 미소 띤 얼굴로 일러 준다.
시연은 연세대 디지털미디어랩이 맡았다. 에디슨을 연구에 적극 활용하는 곳이다. 연세대 디지털미디어랩에서는 지난해 말 발생한 종로 고시원 화재를 시뮬레이션했다. 에디슨 웹에서 화재 시뮬레이션 애플리케이션(앱)을 찾아 실행시키자 회색빛 바탕에 정갈하게 정리된 입력란이 떠올랐다. 조작은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했다.
시연에 나선 허룡 연세대 대학원생(박사 과정)은 “화재 시뮬레이션에 필요한 여러 정보를 넣는 과정”이라면서 “벽 재료와 재질, 위치, 불이 난 위치 등을 지정하면 될 정도로 사용자환경(UI)이 간단하다”고 설명했다.
화재 현장 시뮬레이션 결과는 곧바로 모니터에 떠올랐다. 고온은 빨간색, 저온은 파란색으로 나타났다. 한쪽 방에서 빨간색 열원이 커지면서 복도 색은 점차 노란색으로 물들어 갔다.
실내 복도 폭에 변화를 주자 시뮬레이션 화면도 변했다. 780㎜이던 복도 폭 수치를 1200㎜로 바꾸자 복도 온도는 전보다 더 빠르게 올라가고, 색도 변했다. 순식간에 두 번의 화재 시뮬레이션을 확인한 셈이다.
“전에는 꼬박 하루가 걸리던 시뮬레이션 연산을 에디슨 인프라를 활용하면 한 시간 이내에 처리할 수 있습니다. 에디슨은 이용자와 함께 성장하는 플랫폼이예요.” 시뮬레이션 과정을 지켜보고 있던 신정훈 에디슨 운영팀장(박사)이 나섰다.
그는 “이번에 시연한 SW는 연세대 디지털미디어랩이 만든 것”이라면서 “에디슨은 KISTI가 개발해 탑재한 SW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구진이 개발한 SW를 속속 탑재하면서 진화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50여개 대학 연구팀이 개발해 에디슨에 탑재한 SW와 콘텐츠는 1200여종에 이른다. 다루는 분야도 다양하다. 전문 영역만 전산열유체, 나노물리, 계산화학, 구조동역학, 전산설계, 전산의학 등 8개나 된다.
이종숙 센터장은 “간편하면서도 강력한 '에디슨 플랫폼'을 더 많은 연구자가 활용하기 바란다”면서 “기능을 계속 강화해 활용 영역이 넓어지고 있어 교육에서부터 연구 및 산업 현장에서도 시뮬레이션 결과를 더욱 빠르고 정확하게 도출해 볼 수 있도록 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