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크]소리와 빛으로 보행자와 소통하는 미래 자동차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횡단보도 보행자의 80%가 자동차 운전자와 눈을 마주친다고 한다. 본능적인 자기방어 행동이다. 이런 '눈 마주침'은 무언의 양방향 소통이다. 보행자는 자신의 보행 의지를 전달하고, 운전자는 이러한 의지를 인지했다는 신뢰의 신호를 찰나의 순간에 서로 주고받는 것이다.

현대모비스의 첨단 커뮤니케이션 라이팅 기술을 담은 엠비전(M.Vision) 콘셉트카. (제공=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의 첨단 커뮤니케이션 라이팅 기술을 담은 엠비전(M.Vision) 콘셉트카. (제공=현대모비스)

운전자가 없는 자율주행차라면 다른 상황이 펼쳐진다. 양방향 소통의 주체가 사람 대 기계로 전환되는 것이다. 운전석에 사람은 있지만 전방을 주시하지 않는 또 다른 상황도 가정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율주행차와 사람 간 소통 체계가 없다면 보행자가 위협을 느끼는 등 혼란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때문에 보행자와 차량 간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기계적인 소통 장치가 개발돼 왔다. 이를 '보행자 커뮤니케이션 기술'이라고 한다. 좌우 방향지시등이나 제동등, 미등, 경적 등 통상적인 범위를 넘어 청각적인 방법과 시각적인 차원에서 앞서 상용화된 사례가 있다.

청각적인 방법의 대표적인 사례는 친환경차에 널리 적용된 '가상 엔진 사운드시스템(VESS:Virtual Engine Sound System)'이 있다.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등 친환경 차량은 엔진을 대신하는 구동모터가 작동할 때 무소음 구간이 발생한다. 따라서 대낮에도 보행자가 차량 접근을 모를 수 있다. 이에 차량 내 스피커에서 엔진 소음을 인위적으로 발생시켜 차량의 존재를 알리는 장치가 VESS다.

현대모비스의 첨단 커뮤니케이션 라이팅 기술을 담은 엠비전(M.Vision) 콘셉트카. (제공=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의 첨단 커뮤니케이션 라이팅 기술을 담은 엠비전(M.Vision) 콘셉트카. (제공=현대모비스)

시각적인 방법으로는 '주간주행등(DRL:Daytime Running Lamp)'이 있다. DRL은 '전방 램프는 어둠을 밝히기 위한 것'이란 통념을 깬 것으로, 대낮에도 밝혀 자동차의 존재감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장치다. 앞으로의 보행자 커뮤니케이션 기술은 램프 분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광원의 발달과 첨단 지능형 시스템과 연동으로 한층 높은 차원으로 발전 중이다. 현대모비스가 올해 북미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서 선보인 '엠비전(M.Vision)' 콘셉트카가 대표 사례다.

엠비전은 카메라, 레이다(Radar), 라이다(LiDAR) 센서로 구성된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에 램프시스템을 연동한 것이다. ADAS 센서가 각종 지형지물을 감지하고 램프시스템이 상황에 적합한 빛 신호를 내보냄으로써 보행자 등 주변 환경과 소통하는 것이다. 엠비전은 전후좌우에 장착된 램프를 통해 주변 차량이나 보행자와 직관적으로 소통할 수 있다. 충전, 신호대기, 출발 등 차량 상태를 스스로 표현할 수 있고, 주변 환경을 비춰 글씨 등 직관적인 신호를 전달할 수 있다.

현대모비스의 첨단 커뮤니케이션 라이팅 기술을 담은 엠비전(M.Vision) 콘셉트카. (제공=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의 첨단 커뮤니케이션 라이팅 기술을 담은 엠비전(M.Vision) 콘셉트카. (제공=현대모비스)

엠비전에 적용된 현대모비스의 라이팅 기술은 '커뮤니케이션 라이팅'과 'DMD(Digital Mirror Device) 헤드램프'가 대표적이다. 커뮤니케이션 라이팅은 차량 앞뒤에 장착된 특수 디스플레이를 통해 글씨나 아이콘 등을 표시할 수 있다. 즉 차량 외부의 보행자에게 해당 차량이 자율주행중임을 알릴 수 있고 콘텐츠나 이미지를 통한 커뮤니케이션도 가능해진다.

DMD 헤드램프는 디지털 마이크로 거울 기기를 부착하고 있다. 해당 기기는 40만개에 달하는 미세한 거울로 헤드램프 불빛을 조정해 노면에 특정 신호를 구현할 수 있게 한다. 예를 들어 길을 건너려는 보행자를 인식해 노면에 횡단보도 이미지를 제공하거나, 물웅덩이 등을 우회하도록 화살표를 표시할 수 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있으면 차가 옆으로 지나간다는 의미의 인사를 건넬 수 있고, 차 쪽으로 넘어오면 위험하다는 의미의 가이드라인도 그려줄 수 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