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도 끝도 없이 자극하는 제목인 것 같고, 많은 사람이 논쟁하고 있는 이슈여서 언급하기가 부담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필자의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마음이 편하다. '세상에 중립은 없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당연히 배워야 한다.
초·중·고등학교 교육을 거치면서 수학이라는 교과목이 우리에게 미친 영향은 무엇일까. 수많은 수포자(수학 포기자)를 양산하고 있다는 비판에도 수학이라는 과목은 난이도 차이는 있을지라도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수학 교과목이 없어진다는 것은 인류의 엄청난 지식 결과를 부인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일부는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면 수학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얘기한다. 그러나 여러분이 수학자, 통계학자, 데이터 분석자가 아니어도 무의식중에 수학이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코딩을 무슨 수학에 비교하느냐고 비아냥거릴 수 있다. 수학의 논리, 증명, 해 찾기 등 과정을 머리에서 구현하고 싶다면 코딩을 배우지 않아도 되지만 컴퓨터에서 구현하고 싶다면 코딩을 배워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코딩을 어디서 어떻게 배워야 하는가이다. 달리 표현하면 누가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와 사실상 같은 질문이다. 이제부터는 코딩 이슈가 아니라 교육 이슈다. 초·중·고 코딩 교육은 필자가 언급할 대상이 아니다. 코딩 교육을 그나마 체계화해서 실시할 수 있는 곳은 대학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은 최근 회계학으로 유명한 대학과 대형 회계 법인이 제휴해서 대학 내에 데이터분석센터를 설립했다. 2018년 미국회계학회 하계 세미나에서는 수많은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SW)를 활용한 회계 데이터 분석 방법론에 대한 열띤 강연과 논의가 있었다. 전통 회계학에 최신 데이터 분석 기법을 반영, 회계 커리큘럼을 대폭 바꿔야 한다는 데 회계학계가 공감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은 어떠한가. 솔직히 대학이 정말로 코딩 교육을 할 준비가 돼 있는지는 의문이다. 필자가 회계사이다 보니 많은 회계학 교수와 만나서 이야기해 보면 코딩 교육을 하고 싶지만 지속해서 가르칠 수 있는 강사를 구하기가 어렵다는 말을 한다. 물론 그만큼 대우를 해 주는지는 의문이다.
특별히 산·학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지도 않는다. 또 교과목 개편 등에는 학교 정책 등 고려할 사항이 너무 많으니 다른 학교의 진행 상황을 보고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한다. 한마디로 당장 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상황이 이러한 가운데 최근 어떤 대기업은 비개발 직군인 경영, 마케팅 등 부문 지원자에게도 파이선을 할 수 있는지를 공통 항목으로 질문했다고 한다. 대학에서 코딩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지원자에게 기업은 코딩을 할 수 있는지 물어 보고 있는 것이다. 결국 대기업에 지원하려면 학원이나 다른 경로로 코딩을 배워야 한다는 말인가. 정말 코딩 교육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일어나길 원하는가.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대학과 기업이 협업해야 한다는 원론에 충실한 얘기는 하고 싶지 않다. 한국 상황에서 이와 같은 협업은 매우 제한되기 때문이다.
어차피 기업은 대학보다 선발 전형이 더 치열하기 때문에 능력 있는 지원자를 선별하거나 따로 교육시킬 수 있다. 그러나 대학은 기업보다 불특정 다수의 취업 성과 압박이 훨씬 크다. 그래서 대학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 그리고 기업에 손을 내밀어야 한다. 그래야만 대학, 기업, 학생 모두 그 효과를 공유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김태식 한국공인회계사회 회계정보분석팀장 tasikim@kicp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