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경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RF/전력부품연구그룹 책임연구원은 국내 화합물 반도체 소자와 제작공정을 만드는 분야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연구자다.
최근에는 세계 최고 수준 고전압인 2300볼트(V)를 견디는 전력반도체 트렌지스터 '모스펫(MOSFET)'을 개발했다. 신소재인 산화갈륨(Ga2O3)으로 고전압 전자제품이나 전력모듈에 쓸 수 있는 소자를 만들었다. 고전압을 견딜 만큼 강하면서, 여기에 배치되는 성질인 전기전도도도 함께 높여 학계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문 책임은 27년 전 ETRI에 첫 직장을 잡으면서부터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 각종 내환경성이 뛰어난 화합물 반도체 소자 개발에 연구인생을 걸었다. 각종 내환경성은 고출력 장비에 쓰는 핵심 소자가 갖춰야 할 필수요소다. 특히 주목한 것은 '갈륨'이었다. 갈륨은 워래 금속성 물질인데, 다른 원소와 결합해 화합물이 되면서 전에 없던 성능을 개화하는 물질이다.
그는 “처음에는 갈륨비소(GaAs) 전력소자 연구를 했고, 이후에는 질화갈륨(GaN) 연구에 힘썼다”며 “미국에서 관련 기술을 접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 때 얻은 것이 지금 연구 성과를 내는 기반이 됐다”고 말했다.
문 책임은 2009년 안식년을 가지면서 미국 뉴저지 벨 연구소에서 GaN 전력소자 기술을 배웠다. GaN은 이전 GaAs보다 높은 출력을 낸다. GaAs 소자 5~10개로 내는 출력을 하나로 구현할 수 있다. 600V 정도를 견디는데, 사드(THAAD)와 같은 고출력 레이더에 핵심 반도체로 쓸 수 있다.
문 책임은 “당시 미국에서 GaN 소자 상용화를 마치고 성능을 개선하고 있을 때 우리나라는 기초 연구 수준에 머물고 있었다”며 “10년 정도 기술 격차가 있어 현장에서 느낀 아쉬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문 책임의 노력으로 우리나라 관련 기술력이 미국에 근접할 수 있게 됐다. 2016년에는 GaN 상용화를 위한 국가 연구개발(R&D)화 기획연구를 수행, 사업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까지 이뤄냈다. 이후 이 연장선상에서 더 뛰어난 특성을 가진 Ga2O3연구를 시작했다. 2017년 '한국산화갈륨기술연구회'를 설립하고 연구 역량을 모으는 등 노력으로 모스펫 개발까지 성공했다.
문 책임은 앞으로 기존 연구를 발전시키는 데 초점을 둘 방침이다. Ga2O3분야에서는 칩 대면적화, 극한환경에 대응한 반도체 상용화까지 이룰 계획이다.
그는 “시작은 선진 연구기관보다 늦었지만, 국내 연구자들이 힘을 모은 결과 우수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며 “앞으로 관련 상용화 성과도 빨리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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