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 담당자 둘이 45㎏짜리 장비를 들어 올렸다. 안전장치를 착용하고 난간 위에 있던 다른 담당자가 쇠기둥(모노폴)에 장비 위치와 방향을 맞춘 후 볼트 조립에 들어갔다. 초속 60m 강풍에도 견딜 수 있어야 하는 만큼 신중함이 요구된다. 그러나 전체 작업은 20분도 안 돼 마무리됐다.
지난달 31일 오후. 부산 해운대 한 건물 옥상에서 SK텔레콤 직원이 5세대(5G) 이동통신 기지국을 구축하고 있었다. 짧은 시간 안에 설치가 가능했던 것은 사전 설계와 시뮬레이션 덕분이다.
SK텔레콤은 1000만 건물 데이터베이스(DB)와 3차원(3D) 설계 솔루션 '5G T-EOS(Total Engineering and Optimization System)'를 통해 5G 통신망을 설계한다.
T-EOS는 각 국소와 구역 단위로 기지국을 설치했을 때 전파 방사 모양(방위각), 전파도달거리(커버리지) 등을 3차원으로 표시해준다. 실제 전파를 송출했을 때 예상 커버리지와 전파 간 간섭 영향도 등 품질을 분석, 최적 설치 위치와 안테나 방향, 높이 등을 결정한다.
이후 현장 실사와 구축, 최적화를 거쳐 서비스가 시작된다. 최적화에는 서비스 운용 및 감시를 위한 '탱고(TANGO)', 서비스 영향도 파악을 위한 '티파니(T-PANI)' 등 특화솔루션을 사용한다.
최적화 담당자는 패트롤카를 타고 현장을 구석구석 다니면서 이 같은 솔루션으로 품질 최적화를 진행한다. 패트롤카는 망 구축뿐만이 아니라 서비스 상용화 이후에도 품질 유지를 위해 상시 운영한다.
이종훈 SK텔레콤 Infra혁신팀 팀장은 “부산은 다른 광역시와 달리 산악지형과 경사진 곳이 많아 최적화가 까다로운 지역”이라면서 “원하는 위치에 전파를 원하는 강도만큼 도달하도록 하기 위해 특화솔루션과 빅데이터 분석 등으로 품질을 확보한다”고 설명했다.
부산에서도 유동 인구가 가장 많은 서면에는 5G 기지국이 촘촘하게 설치돼 있다. 기지국 간 전파 간섭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최적화 작업을 통해 원인을 분석, 안테나 방향을 바꾸거나 파라미터 값을 변경하는 방식으로 품질 저하를 막는다.
이날 서면 중심도로에서 측정한 SK텔레콤 5G 서비스 속도는 800Mbps 안팎, 통신 상태가 양호할 때는 1Gbps를 넘는 경우도 많았다.
5G 상용화 초기 불거졌던 품질에 대한 불만은 수그러드는 추세다. 망 설계부터 구축, 최적화, 운용까지 단계별로 SK텔레콤이 가진 노하우와 담당자들의 노력 덕분이다.
SK텔레콤은 인빌딩 5G 기지국 설계를 위한 '레이어 스플리터'를 활용, 하반기부터 인빌딩 기지국 구축을 본격화한다. 지연시간(latency) 최소화를 위해 코어 시스템을 지역 각 거점으로 전진 배치하는 모바일 에지 컴퓨팅(MEC) 구축도 추진할 계획이다.
부산=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