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보사 사태 이후 유전자 치료제 분야 전문성 확보로 바이오산업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되 개발 투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연수 충남대 신약대학원 교수는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 사태' 근본 원인으로 개발 초기 당시 학계, 정부, 기업 모두 전문성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이번 사태로 산업계가 위축되지 않도록 인프라 구축과 제도개선 등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바이오 의약품을 생산할 때 가장 처음 하는 것이 성분을 식별(Identification)하는 것”이라면서 “인보사 임상 1상 당시에도 STR이나 핵형분석 등 식별 기술이 있었지만, 개발사에서 제출하는 서류 검토와 발표로 진행되는 허가심의 시스템과 전문가 부족이 지금 결과를 초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이 인보사 임상1상을 진행하던 2006년경만 해도 국내 유전자 치료제 개발 전문가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개발업체조차 전문가가 부족한 상황에서 허가당국인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마찬가지다.
식약처는 자체 조사에서 코오롱생명과학이 주성분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허가 다음 날인 2017년 7월 13일 인지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데다 허가 전에도 주성분이 바뀐 사실을 은폐하고, 자료를 조작했다는 결과도 발표했다. 전문성 부족만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김 교수는 “전문성 부족은 기업이 모든 개발과정을 정직하게 수행했다는 것을 전제로 할 때”라면서 “제약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신뢰성인데 조사 과정에서 자료 조작, 사실 은폐 등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믿음에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보사 사태가 바이오산업 전체로 확산돼 신뢰성 문제가 나오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자칫 유전자 치료제 자체에 우려가 커지면서 개발이나 투자가 위축될 경우 질병 치료 길은 더 멀어진다.
김 교수는 “미국 식품의약국이 연간 허가하는 신약은 30~50개 정도인데, 2025년부터는 유전자 치료제로 허가 받는 신약이 최대 20개에 이를 정도로 향후 신약 개발 트렌드 핵심이 될 것”이라면서 “미국을 포함해 선진국은 유전자 치료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인보사 사태를 이유로 투자를 줄인다면 세계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전자 치료제 개발 임상시험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연구자 임상과정에서 활용한 생산시설 등 인프라 확대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GMP 시설 등 생산 시설을 정부가 지원해 공적 인프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연구 저변을 넓혀야 한다.
김 교수는 “유전자 치료제 개발은 CMC(화학, 제조 및 관리)를 포함한 임상시험 이전 단계 개발까지만으로도 100억~200억원이 들어 연구자 임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미국은 1995년부터 대학교 안에 유전자 치료용 GMP 시설을 구축해 연구자 임상을 활성화했는데, 우리나라도 공적 인프라를 구축해 임상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전자 치료제는 임상1상에서도 효능을 확인할 수 있어 임상 1상 시험 이후 투자나 상업화 등이 용이하다”면서 “미국에서도 희귀·난치성 질환 유전자 치료제는 임상1상만으로 조건부 허가를 주는 정책을 발표한 만큼 국내도 투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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