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13구에 위치한 '스테이션F'에 들어섰다. 네이버 관계자는 “마침 데모데이 날이어서 좀 복잡하다”고 말했다.
기차 역사를 개조한 스테이션F는 유럽은 물론 세계에서 가장 큰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공간으로 꼽힌다. 여의도 공원 15배 넓이에 3000석 규모 업무공간을 배치했다. 에펠탑을 눕혀도 들어갈 만큼 광활하다.
스테이션F는 프랑스 스타트업계 대부이자 정보기술(IT) 업체인 프리모바일 창업자 자비에 니엘이 사비를 투자해 만들었다.
스테이션F는 엄격한 심사를 거쳐 기존 기업을 인큐베이팅 파트너로 맞이한다. 로레알, 유비소프트 등 프랑스에 근거를 둔 기업은 물론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이 인큐베이팅 파트너로 유럽 스타트업 육성에 참여 중이다.
네이버-라인은 27개 스테이션F 인큐베이팅 파트너 중 하나다. 2017년부터 스페이스그린이라는 이름으로 스테이션F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지금까지 8개 기업이 스페이스그린을 거쳐갔다.
6월 현재 8개 스타트업, 80여명이 스페이스 그린에서 서비스를 준비하거나 운영 중이다. 네이버가 스페이스그린을 통해 2년 만에 16개 유럽 스타트업과 긴밀한 관계를 맺은 셈이다.
네이버는 스테이션F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했다. 다른 파트너들이 주로 기업대기업(B2B) 솔루션을 만드는 스타트업을 지원한다면 스테이스그린 입주 스타트업은 대부분 이용자를 직업 겨냥한 기업대소비자(B2C) 서비스를 개발한다.
유럽에서는 미국과 달리 B2C 기반 스타트업 비중이 B2B보다 낮다. 라이프 스타일이 확고한 유럽인 성향상 비즈니스가 까다롭고 성공 확률이 낮은 것이 이유 중 하나다.
네이버와 라인은 컨슈머 기반 서비스를 운영하는 만큼 스페이스그린에서 B2C 스타트업과 주로 일한다. 쉽지 않은 환경이지만 장점을 살려 도전하는 것이다.
유기농 탐폰을 만드는 '마이 홀리(My Holy)', e스포츠 매니지먼트 사업을 하는 '비탈리티(Vitality)'가 대표적이다. 유럽 내 '곰플레이어' 격인 VLC는 사내 독립조직 비디오랩스를 스페이스그린에 입주시켰다.
은종실 네이버프랑스 사업개발 팀장은 “스페이스그린은 스테이션F 안에서도 다른 파트너에 비해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라면서 “네이버가 B2C 서비스에 노하우가 있는 만큼 이런 강점을 살려 스타트업을 지원한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스페이스그린 운영 원칙 중 중요한 것으로 '행동가(Doers)'와 '맞춤(a la carte)'을 꼽았다. 입주 인원끼리 적극 소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네이버는 각 스타트업이 필요한 것을 맞춤형으로 지원한다.
새로운 스페이스그린 입주 기업을 선발할 때 네이버뿐만 아니라 기존 입주 기업 멤버들이 같이 심사에 임하는 것이 대표적 원칙 적용 사례다.
스페이스그린 입주 기업은 자신의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뿐만 아니라 옆자리 스타트업과 같이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는다. 이용자를 확보하고 유지해야 하는 B2C 사업 특성상 서로 협업할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은 팀장은 “스타트업 입주 심사 때 기존 멤버와 파트너가 함께 논의하는 문화는 스페이스그린을 넘어 스테이션F 전체로 확산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스페이스그린을 거쳐간 기업은 지금까지 약 3580만달러(약 420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네이버의 안목이 틀리지 않음을 증명한 것이다.
스페이스그린 입주 현황 <자료:네이버>
파리(프랑스)=
김시소 게임/인터넷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