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에너지 공기업 연구개발(R&D) 예산이 지난해보다 소폭 늘어난 1조2160억원으로 책정됐다. 전문가들은 에너지가 필수 공공재라는 점을 고려, R&D 예산 규모를 과감하게 책정하되 심사 기준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중복 투자를 막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공공 분야의 에너지 R&D 예산은 총 1조9857억원이며, 이 가운데 17개 에너지 공기업의 R&D 예산은 1조2160억원이 책정됐다. 이는 지난해보다 0.7% 늘어난 것이다.
정부는 올해 공기업 경영 평가에 R&D를 통한 사업화 성과지표를 신설할 예정이다. 또 한국전력공사가 발전 5개사는 '발전산업 기술혁신 로드맵'을 공동 수립, 중복 투자를 방지하기로 했다.
에너지기술평가원과 공기업 파견 인력으로 구성된 '공공 R&D 혁신센터'는 8월까지 에너지 분야 R&D 중복 투자 현황을 면밀히 분석하고, 정부·공기업 간 협력 과제를 마련할 계획이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과 비교해 우리나라 에너지 R&D 예산이 많은 수준은 아니지만 중복 투자를 방지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 중론이다. R&D 선정 및 예산 심의 기준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기술 전문가 평가제도'가 재정립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주연 전 산업부 산업융합촉진 옴부즈맨(현 아주대 산업공학과 교수)은 “에너지 R&D는 기획 단계부터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하지만 기술을 제대로 이해하는 전문가가 심사하는 사례가 드물다”면서 “부처별로 중복 투자되는 R&D 규모부터 파악하고, 적절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정부가 자율주행차와 관련된 R&D를 추진할 경우 산업부를 비롯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토교통부, 환경부 등 다수 부처가 연관돼 있어 기획·심사 단계부터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해야 중복 투자를 최소화할 수 있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및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에너지 공기업 R&D 예산의 중복 투자 비중은 30% 안팎인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한국수력원자력, 한전, 발전 5개사 등 17개 에너지 공기업의 R&D 예산은 1조2082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3000억~4000억원은 새로운 R&D가 아니라 민간 등에서 이미 추진·완료했거나 유사한 R&D에 쓰인 것으로 지적됐다.
에너지 공공기관 고위 관계자는 “정부의 R&D 예산과 달리 에너지 공기업의 R&D 예산은 제대로 된 국회 감사를 받지 않는다”면서 “에너지 공기업에서 정부 예산을 받아 특정 대학에 R&D 용역을 맡기고, 실무자가 공기업 퇴직 후 해당 대학 특임교수로 간 사례도 적지 않았다”며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