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확률형아이템을 제공하는 모바일 게임에 대해 확률 고시를 의무화했다. 자율규제를 미준수하는 중국게임 퇴출 가능성 등 긍정효과가 기대되지만, 그동안 자율규제를 진행해 왔던 국내 게임산업계는 내심 우려를 표한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확률형아이템 판매제한 또는 확률형아이템에 대한 법제화 가능성까지 제기되기 때문이다.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에 이어 또 하나의 외부변수에 직면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최근 확률형아이템 확률 공개를 골자로 한 구글플레이 개발자 정책을 업데이트했다. 2017년 12월부터 도입하고 있는 애플 앱스토어에 이어 구글플레이가 동일한 정책을 발표하면서 세계 대부분 모바일 게임이 공개 의무를 지게 됐다.
확률형아이템을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은 아이템 구매 이전에 개별 아이템별로 얻게 될 확률을 명확히 알려야 한다. 이를 미준수할 경우 플랫폼사가 앱 심사를 거부하거나 앱을 목록에서 내릴 수 있다.
확률형아이템은 게임 회사가 정한 확률에 따라 게임 이용자가 소비한 금액 가치보다 더 높거나 낮은 가치의 게임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 투입금액보다 높은 가치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심리를 자극한다는 점에서 사행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구글의 이번 결정은 게임 도박화를 방지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국내 시장에서 자율규제를 준수하지 않는 중국 게임사에 대한 견제장치 효과도 기대된다.
하지만 국내 게임업계는 확률형아이템 판매를 규제하는 법안 발의 등 후속 조치 가능성을 예의주시한다. 개별 아이템 습득 확률을 공개하거나 최소 확률이 일정 수준 이상이 되게 강제하는 규제입법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국내외에서 제기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벨기에 등 해외에서는 규제가 현실화됐다. 벨기에 도박위원회는 확률형아이템을 도박으로 간주해 기소할 수 있는 권한을 얻었다. 이후 많은 게임업체가 게임 서비스를 종료했다. 미국에서는 확률형아이템 판매를 규제하는 법안이 발의됐고 국내에서도 최근 국무총리실 산하 사행산업감독위원회가 확률형아이템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국내 게임업계는 앞으로도 자율규제 정책을 지속해 나갈 방침이다. 영업 비밀에 준하는 확률 테이블을 공개한다.
한국게임산업협회 관계자는 “자율규제는 업계 자율이기에 플랫폼사처럼 강제적으로 적용하지는 못한다”며 “다만 자율규제 내용이 더 강력하므로 이를 유지하고 국내 기준을 지키지 않는 해외 게임사와 지속 협의해 준수율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