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간 4000억원 수준인 원자력 분야 연구개발(R&D) 예산을 삭감하지 않고 기존 규모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처음 공식화했다. 탈 원전 정책 추진과는 별도로 원자력 분야의 미래 먹거리 창출에 정부 예산을 가감 없이 투입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주영준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은 1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된 '2019 세계 원자력 및 방사선 엑스포'에서 “정부는 원자력이 새로운 길을 찾고 모색하는 데 중점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면서 “원자력 R&D에 연간 4000억원 정도가 책정됐는데 이 규모가 지속 유지될 수 있도록 관계 부처 및 기관과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2080년까지 국내 원전을 점진적으로 축소한다는 기존 정책의 방향을 유지하면서도 △원전 해체 △원전 수출 △방사선(의료·바이오) △소형모듈원전(SMR) △핵융합 등 분야에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을 유지하겠다는 의미다. 이와 별도로 에너지 혁신성장 펀드를 통해 조성되는 500억원은 기존 원전 기업에 효율적으로 지원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주 실장은 “원전 해체 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협업해 방사선 분야가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나아갈 수 있게 지원할 것”이라면서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을 통한 혁신과 변화도 일궈 나갈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정재훈 엑스포 조직위원장(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가 함께 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가 서로 보완하면서 미세먼지, 이산화탄소로부터 자유로운 세상을 후손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정 위원장은 “원자력은 특정 종교가 아니기 때문에 온 국민으로부터 마땅히 사랑받아야 할 에너지원”이라면서 “대용량 원자력 산업 발전도 지속해야 하지만 소형 원자력과 방사선이 골고루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 위원장은 “원자력·방사선 기술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를 위해 발전시켜야 할 공공재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명 전 부총리도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를 동시에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오 전 부총리는 “정책이라는 것은 하루아침에 급격하게 추진하다 보면 여러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며 현 정부의 탈 원전 정책이 좀 더 신중하게 접근·추진돼야 한다는 점을 에둘러 강조했다. 오 전 부총리는 “1959년 원자력 기술 자력갱생을 꿈꾸며 문을 연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창립 60주년을 맞는 등 올해는 우리나라 원전 역사에 의미가 깊은 해”라면서 “우리나라 원자력은 세계가 부러워하는 성장기를 거쳤고, 산업 발전에 꽃을 피웠다”고 치하했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