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속 미세혈관 촬영하는 MRI 자석 기술 개발…직류 자기장 세계 기록

서울대 한승용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무절연 고온초전도자석 구조
서울대 한승용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무절연 고온초전도자석 구조

국내 연구진이 뇌 속 미세혈관까지 촬영 가능한 자기공명영상(MRI) 자석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통해 직류 자기장 세계 최고 기록인 45.5테슬라(T)를 달성했다. 의료 분야에서 치매 등 뇌혈관 질환의 정밀 진단을 앞당길 뿐만 아니라 발전과 에너지 등 산업 전반에 큰 파급 효과가 기대된다.

한승용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팀은 미국 국립고자기장연구소(NHMFL)와 공동으로 '무절연 고온 초전도 자석'을 이용해 직류 자기장 세계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고 13일 밝혔다.

한승용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사진 가운데)
한승용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사진 가운데)

한 교수팀은 직류 자기장 45.5T를 기록하며 지난 20여년 동안 넘지 못한 직류 자기장 세계 최고 기록(기존 44.8T)을 경신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 학술지 네이처 본지에 발표됐다.

한 교수는 “새로운 무절연 고온 초전도 자석 기술을 통해 기존 한계를 뛰어넘는 초고자기장을 더욱 안전하게 발생시키는 한편 기존에는 상상하기 어렵던 수준에서 초소형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앞으로 연구 결과를 활용하면 암 진단용 자기공명영상(MRI)이나 신약 개발용 분석 장비 등 의료 분야는 물론 풍력 발전,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에너지 분야, 오폐수 처리 등 환경 분야, 전기 추진 등 수송 분야, 고효율 산업용 기기 등 우리 산업 전반에 걸쳐 큰 파급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암 진단용 MRI의 경우 현재 임상용으로 활용하는 장비의 자기장은 3T 수준이며, 자기장이 10T인 장비가 연구 과정에 있다. 이번 연구를 통해 45T 이상의 임상용 MRI를 개발하면 기존 대비 100배 이상 해상도의 진단 영상을 얻을 수 있어 초기 암이나 치매 등 혈관성 뇌질환 진단에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한 교수팀은 기존 초전도 자석에서 필수로 여겨진 전기 절연부를 의도적으로 제거한 '무절연 고온 초전도 자석' 구조를 세계 최초로 제안, 초전도 자석 제작 방식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구팀은 기존의 초전도 자석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50배 이상이면서도 직경 34㎜, 높이 53㎜의 초소형으로 설계한 '무절연 고온 초전도 인서트 코일'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고온 초전도 자석 기술 상용화에 대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 초반의 무절연 고온 초전도 자석이 45.5T의 초고자기장에서 구동될 때 발생하는 독특한 기계적 변형 원인을 구명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센터의 연구 지원을 통해 무절연 고온 초전도 자석에서 발생하는 비선형 전류 특성을 새롭게 해석하는 기법을 개발하고 기계적 변형 원리를 구명했다.

한 교수팀의 연구 과제는 2018년 6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과제로 선정돼 연구 지원을 받고 있으며, 한국연구재단과 미국국립과학재단(NSF)의 지원도 받았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