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 싶은 곳을 말하면 어디든 데려다주는 이동수단이 있다면 어떨까. 더군다나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된다면?
영화 '알라딘' 주인공에게는 든든한 친구가 있다. 소원을 세 개씩이나 들어주는 램프의 요정과 제 몫을 똑똑히 해내는 원숭이 친구 아부, 그리고 위기상황마다 등장하는 '마법의 양탄자'다.
마법의 양탄자는 알라딘이 원하는 곳 어디든 안전하게 인도한다. 거기에 더해 재주를 부려 연애까지 돕는다. 애니메이션에서 실사 영화로 화려하게 돌아온 알라딘에서는 마법 양탄자의 능력이 실감나게 재현됐다.
양탄자를 현대 사회에 대입하면, 자율주행차를 떠올릴 수 있다. 먼 일인 줄 알았던 자율주행차 상용화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2025년 세계 자율주행차 시장 규모가 46조 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구글 웨이모는 미국 피닉스시 일부 구간에서 자율택시 영업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에 힘입어 자율주행 핵심 기술인 차량사물간통신(V2X)기술 개발도 빨라지고 있다. 5G를 V2X 기술에 적용하면 차량과 주변의 교통인프라가 1~7㎳ 수준 속도로 연결해 빠르게 정보를 주고받는다. 이에 자율주행차는 위험 요소를 사전 인지하고, 위급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자율주행을 통해 차량이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변모하기도 한다. 두 손이 자유로워지면, 이동 중인 차 안에서 즐길 수 있는 게 많아진다. 이동통신사는 자율주행 차 안에서 5G 영상 스트리밍 등을 시연하고 있다.
물론, 자율주행차가 알라딘의 마법 양탄자처럼 사용자의 마음까지 인지하고, 안전성까지 구현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산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자율주행 선두국가인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자율주행 기술 수준이 현저히 낮다.
자율주행차 필수인 레이더, 라이다, 카메라 등 센서 기술 확보 및 개발이 필요하다. K-시티(City)등이 생기고 있지만, 자율주행차를 시연하고 기술을 검증할 수 있는 상용 도로 등도 부족하다. 규제가 뒤따르자 관련 인력 유출 또한 걱정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마법 양탄자는 지구 반대편까지 날아가 알라딘의 생명을 구한 든든한 동료다. 알라딘이 양탄자를 동굴 속에서 발견하고 구해냈듯, 자율주행 기술 또한 끊임없이 개발하고 발전시켜야 할 때다.
정예린기자 yesl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