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박스는 '프로그램을 특정 컴퓨터에서 작동시켜 외부의 피해 없이 서비스 악영향을 확인하는 방법 또는 환경'으로 정의된다. 정부가 올해 1월부터 시행하는 동일 어원의 '규제 샌드박스'는 부작용이 불명확한 규제 대상 서비스를 '임시허가 또는 실증특례'로 선정, 실제 서비스를 통해 규제의 유지 또는 철폐를 결정하려는 시도로 크게 주목받고 있다. 이번 정책의 성공이 우리나라 산업의 활력소가 되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6월 현재까지 지급·결제 중심의 핀테크, 유전자와 빅데이터 분석의 의료, 산업 융합과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전자고지, 가상현실(VR) 서비스 등 100여건의 서비스가 규제 샌드박스 심사를 통과했다. 정부가 활성화에 전력하고 있지만 아직 역부족이다. 담당 인력 부족과 까다로운 참여 조건 때문이다. 물론 무조건 허용은 곤란하지만 원래 취지대로 인명 위협이나 사회질서를 현격하게 해치는 경우가 아니면 허용하고 담당자를 대폭 확충해야 한다. 현재와 같은 수준이면 보여주기식 정책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규제 샌드박스 인증 건수도 중요하지만 실질 운영은 더욱 중요하다. 엄격한 모니터링을 통해 정확하면서 서비스 영향을 신뢰에 바탕을 두고 한 평가로 진단하고, 후속 조치를 취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한다. 검수자와 피검수자의 정직성도 동반돼야 하고, 모니터링을 투명하게 공개해서 민간 주도로 과정을 점검하는 방법도 신뢰 확보를 위해 바람직하다. 이런 의미에서 6월에 발족한 '국민점검단'의 출범은 의미가 크다.
샌드박스는 프로그램 오작동을 전제로 한다. 샌드박스에 선정된 것이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의미보다 규제 없이도 문제없음을 측정하는 과정을 뜻한다. 이에 따라서 특수 상황이 아니면 담당자를 문책하거나 처벌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소기의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임시허가와 실증특례 대상의 중도 탈락을 하지 않은 서비스는 연속성을 보장해야 한다. 규제 샌드박스 과정에서 위험이 드러날 경우 서비스를 즉각 중단하도록 하고, 종료 서비스의 규제는 즉시 제거되도록 미리 준비해야 한다. 서비스 연속성이 결여되면 오히려 산업 발전이 저해되고 커다란 혼란을 야기할 것이기 때문이다. 서비스 연속성이 보장될 수 있도록 모니터링과 법 개정은 병행돼야 한다.
정부마다 다양한 규제 혁신 정책을 시도했지만 진실성 결여 또는 방법 미숙으로 사막에 물을 뿌리는 정도 효과밖에는 얻지 못했다. 규제 샌드박스로 과거와는 달리 사막에 오아시스를 건설하는 작업으로 발전해야 한다. 규제 샌드박스는 역사에 기록될 중요한 정책이다.
규제 샌드박스와 유사한 다양한 정책의 활성화를 고려할 만하다. 드론 실증 사업과 같은 지역 단위의 규제프리존 확대, 불필요한 규제가 제거된 스마트시티 건설, 무규제의 스마트팩토리 설립도 가능하다. 또 일부 규제만 제거된 서비스는 또 다른 규제에 발목을 잡힐 수 있기 때문에 통합 관리를 추진하는 방식도 필요하다. 심전도 측정을 인정하고 원격진료를 전면 차단하면 절름발이 정책으로 전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우리 산업이 규제라는 쇠사슬을 벗고 날아오를 수 있는 대전기를 마련했다. 정부는 이번 정책을 실패하면 단순한 중단을 넘어 미래의 정책 시행까지도 방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부족을 보충하며 실질 경제에 도움을 주는 정책으로 발전시키기를 기대한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