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는 묵직해야 한다.'
전 축구 국가대표 선수 기성용이 혈기왕성하던 20대 초반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남긴 명언(?)이다. 당시 감독에 대한 항명으로 읽혀져 수많은 축구팬에게 비판 받은 말이다.
현 국회 상황을 바라보며 이 말이 떠올랐다. 우리 정치권에 보좌진만 들들 볶거나 자신의 이름으로 대표 발의한 법안에 대한 책임을 다른 이에게 전가하는 의원이 많기 때문만은 아니다. 리더(지도자)에 의해 결정되고 리더에 의해 움직이는 우리 정치권의 현실에서 '묵직한 리더'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리더란 무엇인가. 어느 영화에서 본 대사에는 리더는 다음과 같이 정의됐다. '단체나 조직이 처한 상황(현안)의 해결 방법 등을 구성원에게 전해 듣고 그 가운데 가장 합리적인 의견을 수용해 추진, 그 결과에 책임을 지는 사람.' 용감하고 재치 있고 카리스마 넘치는 사람이 리더가 아니라 포용력·결단력과 함께 책임감 강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최근 당대표와 원내대표 등 지도부 결정에 따라 출렁이는 국회 상황을 지켜보면서 리더에 대한 의미를 다시 곱씹어 봤다.
수많은 소속 의원과 지지자들을 대표해서 당의 결정 사항을 관철시켜야 하는 원내대표에게 양보와 협치를 말하는 것은 어려운 주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리더의 의미를 다시 세운다면 해결할 수 있다. 과거 우리 정치가 바라보는 리더는 책임지는 자리가 아니었다. 그저 더 나은, 더 잘난, 더 영향력 있는 사람이 차지했다. 당대표·원내대표 자리가 대권 후보로 읽혀지는 유력 정치인이 거쳐가는 코스에 그친 것이다.
곧 6월 임시국회가 열리지만 여전히 묵직한 리더는 보이지 않는다. '전사' '행동대장' '지략가'만 보일 뿐이다.
우리 국민에게 책임지는 정치는 불가능한 일일까. 당대표, 원내대표는 물론 국회의원 한 명 한 명이 지역 주민과 단체 구성원을 대표하는 리더라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