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전략을 수립한 것은 '식어가는 성장엔진(제조업)을 재점화하겠다'는 확고한 의지에 따른 것이다.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환경에 흔들리지 않고 뚝심 있는 경제성장을 이끌겠다는 복안이다. 또 기업이 도전을 주저하는 신산업 육성을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는 위기감도 한 몫 했다.
산업통상자원부·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1991~2000년 7.0% △2001~2010년 4.4% △2011~2018년 3.0로 지속 하락했다. 또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2.0%에 머물거란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이에 정부는 △국내 제조업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 △구태한 제조업 환경 유지 △비효율적인 연구개발(R&D) 구조 △칸막이식 규제 등 부정요인을 극복하고 제조업 부흥을 일으키겠다는 의도로 르네상스 비전을 선포했다.
배경에는 한국과 중국 간 수출경쟁 심화되고 있다는 우려다. 철강·정유·석유화학 수출은 2003~2004년에 중국이 우리나라를 역전했고 2014년에는 스마트폰마저 중국에 뒤집혔다. 고부가가치 품목은 일본에, 중·저부가가치 품목은 중국에 뒤쳐지는 양상이 지속되고 있다.
또 정보통신기술(ICT) 강점을 제조업으로 확대하지 못한 한계도 분명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2월 세계 최초로 5세대(5G) 이동통신을 상용화했지만 관련 산업 투자와 레퍼런스가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 중론이다. IHS마킷은 2020~2035년까지 세계 5G 관련투자 중 50% 이상은 중국과 미국이 차지하고 한국 비중은 3~4%에 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산업이 주력산업으로 편중되지 못한 것도 문제다. 최근 10년간 '13대 수출 주력품목'에는 거의 변화가 없었고 점유율 순위만 소폭 바뀌었을 뿐이다. 올해 10대 그룹 상장사 현금보유액은 248조원으로 전년 대비 12.2% 늘었다. 기업이 리스크가 큰 신산업에 투자하기 보다는 기존 사업 유지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의미다.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조업 연구개발(R&D) 구조도 바뀌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우리나라 R&D 규모는 세계 5위,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비중은 세계 1위다. 이와 달리 R&D 효율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1개국 중 28위다. 2017년 기준 국내 기업 R&D 규모는 56조원인데 이 중 반도체·통신(31조4000억), 자동차(7조8000억)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정부 R&D 과제 성공률이 98% 수준이다. 특정분야 편중이 심각하고, 장기간 소요되는 도전적 R&D는 현저히 부족했다는 결과다.
칸막이식 규제도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 수립 이끌었다. 정부는 지난해 외국인투자 200억달러 달성 등 투자환경은 전반적으로 양호했지만 글로벌 혁신기업을 유치하고 투자를 촉진하는 인센티브가 부족했다는 데 공감했다. 불필요한 규제가 투자 활로를 막아선 안된다는 것이 업계 요구다.
전자신문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