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핀테크 스타트업에 금융 고속도로를 개방한다. 올해 말이면 국내의 수많은 중소기업이 은행 금융 인프라를 공유하고 이를 활용, 사업화할 수 있게 된다. 오픈뱅킹 시대의 도래다.
오픈뱅킹은 모든 핀테크 기업과 은행이 개별 은행과 별도의 제휴 없이도 신규 서비스를 원활하게 개발할 수 있도록 조회, 이체 등 핵심 금융 서비스를 표준화해 오픈API 형태로 제공하는 은행권 공동 인프라라 할 수 있다. 개방형 금융결제망으로도 불린다. 그동안 중소 핀테크 스타트업은 아무리 좋은 차를 만들어도 고속도로와 같은 인프라를 이용하는데 막대한 사용료를 내야 했다. 대형 핀테크 기업은 펌뱅킹 수수료로 연간 수백억원을 사용료로 내야 했다.
네이버, 카카오페이, 비바리퍼블리카 등 간편 결제 사업자는 은행에 건당 400~500원의 펌뱅킹 수수료를 지불해 왔다. 핀테크 기업은 사업이 잘될수록 은행에 지불해야 하는 수수료가 커져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였다. 금융 당국이 펌뱅킹 수수료 체계를 오픈 뱅킹으로 전환함에 따라 혁신적인 서비스 상용화가 가능해졌다. 은행 독점망을 걷어내고 오픈 뱅킹을 통해 스타트업의 금융 혁신 사업을 돕자는 취지로 오픈뱅킹이 현실화됐다. 오픈뱅킹은 금융 혁신으로 가는 일종의 아우토반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올해 말이면 모든 스타트업이 오픈뱅킹을 이용할 수 있게끔 할 예정이다. 다만 금융공동망 혁신에 따른 보안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혁신 이면에는 그만큼 안정적이고 높은 보안성이 담보돼야 한다. 금융 당국 중심으로 오픈뱅킹 도입에 따른 보안 정책도 동반 수립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고속도로라 하더라도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더욱이 자금 이체 등 돈이 오가는 통로다. 오픈뱅킹 시대에 걸맞은 보안 정책은 물론 관리 방안까지 수립, 스타트업이 금융 고속도로를 안전하게 질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가 가장 먼저 할 일이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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