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지구 생명체는 태양 에너지를 기초로 살아간다. 식물이 빛을 이용해 물과 이산화탄소로 포도당, 산소를 만들어 내는 광합성은 지구에서 이뤄지는 가장 아름다운 화학 작용이다. 사람을 포함해 각종 생명체는 이렇게 만들어진 각종 영양소로부터 생화학 에너지로 전환하는 세포호흡을 통해 생명을 영위한다. 광합성과 세포 호흡이 모든 생명체 활동의 출발점이다. 지구는 태양으로부터 에너지를 받아 모든 생명체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고, 나머지는 대부분 지구복사에너지 형태로 우주로 방출된다. 그렇게 함으로써 지구는 일정한 온도를 유지한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구 생태계의 에너지 순환 과정이다.
지구 안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에너지 생성·저장·교환·활용 과정을 통해 자연 생태계가 유지되고 있듯이 도시와 사회라는 문명 공동체도 다양한 에너지에 의해 유지되고 발전돼 간다. 인류 역사는 에너지 소비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류는 불과 250년에 불과한 산업화 과정에서 오랜 세월에 걸쳐 지구에 축적돼 있는 화석 연료를 무분별하게 남용, 유사 이래 경험해 보지 못한 엄청난 부를 축적했지만 대기오염과 지구온난화라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 뒤늦게 세계 각국이 지속 가능한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화석 에너지로부터 재생이 가능한 미래 에너지로 경제 체제를 바꾸는 에너지 전환이 국가 과제로 등장했다.
인류 문명의 발전은 기계 진보 역사라 할 수 있다. 갖가지 도구에서 출발해 사회를 지탱하는 거대한 시스템까지 기계 발달이 인류 문명의 발전을 이끌어 가고 있다. 근대 이후 과학기술의 눈부신 발전과 급속한 도시화가 기계 문명의 꽃을 피웠으며, 그 밑바탕에는 에너지 기술의 진보가 있다. 열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바꿔 주는 증기기관 발명이 산업혁명을 촉발시켰고,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다양한 기계에 에너지를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 전기의 발명과 활용이 산업혁명을 가속화했다.
산업 현장에 증기기관과 전기가 사용되면서 기계화·자동화로 인한 대량 생산이 가능하게 됐고, 컴퓨터와 인터넷이 도입되면서 다품종 소량 생산과 맞춤형 다종 생산이 가능하게 됐다.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5세대(5G) 이동통신 등 최근 정보통신기술(ICT)에 인공지능(AI)이 결합되면서 AI 기술이 4차 산업혁명의 기반 기술로 등장했다. 나아가 일상생활에서부터 국민 경제의 생산과 소비 등 모든 경제 활동 영역에 이르기까지 AI가 결합된 디지털 기술이 폭넓게 스며들고 있다.
이를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디지털 전환이란 용어를 더 자주 사용한다. 이 표현은 기업의 디지털 전환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 패러다임의 디지털 전환과 정부의 디지털화에 동일하게 사용된다. 지금까지 산업기술 발전을 이끌어 온 범용기술이 전기 중심의 에너지 관련 기술이었다면 앞으로는 AI와 결합된 ICT인 새로운 디지털 기술이 경제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는 대표 범용기술이 될 것이다.
미래 국가 경쟁력은 에너지 전환과 디지털 전환을 어떻게 관리해 나가느냐에 달려 있다. 에너지 전환과 디지털 전환은 국민의 안전하고 풍요로운 삶 보장과 지속 가능한 경제 체제 구축에 필수불가결한 과제다. 에너지 전환이 순조롭게 이뤄진다면 디지털 전환의 실효성 확보가 용이하게 될 것이며, 시의적절한 디지털 전환은 바람직한 에너지 전환을 더욱 가속시켜 나갈 것이다. 21세기에는 어느 나라가 에너지 전환과 디지털 전환에 성공하느냐에 따라 국가의 운명이 좌우될 것이다.
서병조 인천테크노파크 원장 suhbyungjo@itp.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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