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 라이엇게임즈, 엔씨소프트, 넥슨 등 국내외 주요 게임사가 소비자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약관 조항을 대거 운용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각종 핑계로 소비자의 정당한 환불을 거절하고, 광범위하게 책임을 회피한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게임 대화 내용을 게임사 마음대로 열람·공개할 수 있도록 하거나, 미성년자가 부모 동의를 얻어 회원가입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부모에게 모든 결제에 책임을 지운 경우도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라이엇게임즈코리아, 엔씨소프트, 넥슨코리아,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네오플, 펍지, 스마일게이트알피지, 웹젠 10개 게임사의 이용약관을 심사해 14개 유형 불공정 조항을 적발·시정했다고 26일 밝혔다.
라이엇게임즈·엔씨소프트·넥슨·스마일게이트·웹젠은 게임 이용자가 다른 회원에게 선물한 아이템·캐시의 청약철회·환불을 막고, 손해배상 대상에서 제외해왔다. 5개 게임사는 공정위 지적에 따라 선물을 받는 제3자가 수령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으면 청약철회·환불이 가능하도록 했다.
블리자드·라이엇게임즈·넥슨·스마일게이트·펍지·네오플은 △기간·수량이 한정된 아이템 △일부 사용된 캐시 △일시 이용 정지된 계정에 귀속된 아이템 등의 청약철회를 금지했다. 공정위는 전자상거래법상 청약철회 사유(소비자에게 책임이 있는 사유로 멸실·훼손된 경우 등) 이외 조항은 무효라고 판단했다. 6개 게임사는 해당 조항을 삭제했다.
엔씨소프트를 제외한 9개 게임사는 '부당한 면책 조항'을 운용했다. 대표적으로 △무료 서비스에 모든 책임 부인 △기 지급한 총 사용료 이상 책임 부인 △게임으로 인한 정신·육체 손해에 대한 책임 부인이 적발됐다. 9개 게임사는 자사 고의·중과실에 의한 손해에는 책임을 부담하도록 조항을 개선하거나, 해당 조항을 삭제했다.
블리자드는 게임에서 이뤄지는 소비자의 교신 내용을 언제든 열람·공개할 수 있었다. 공정위 지적에 따라 블리자드는 제한된 사유에 한해 열람이 가능하고, 고객 동의나 법령에 의해서만 공개 할 수 있도록 시정했다.
블리자드·웹젠은 미성년 이용자의 법정대리인에게 지나친 부담을 지운 것으로 밝혀졌다. 일례로 미성년이 부모 동의를 얻어 회원가입을 했으면 모든 결제내역에 책임을 부담하도록 했다. 공정위 지적에 따라 2개 게임사는 법정대리인 책임을 민법상 한도로 제한하거나, 포괄적 동의 조항을 삭제했다.
라이엇게임즈·펍지는 게임 이용자의 2차 저작물에 의한 저작 인격권 포기를 강제했다. 저작인격권은 공표권·성명표시권·동일성유지권으로 구성된 창작자의 인격적 권리다. 2개 게임사는 제한적 범위에서 게임이용자 권리를 인정하고, 저작인격권 포기 내용을 삭제했다.
공정위는 이밖에 △가격이 변동되는 상품에 대한 부당한 자동결제 조항(블리자드) △고객에게 모든 손해를 배상시키는 조항(넥슨·카카오·웹젠·네오플) △집단소송·공익소송 제기 금지 조항(라이엇게임즈) 등을 적발·시정했다.
이태휘 공정위 약관심사과장은 “게임 이용자의 청약철회, 환불, 손해배상청구 등 권리가 약관에 반영돼 분쟁 소지가 줄게 됐다”면서 “게임사의 사회적 책임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