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실현 전략 토론회'에서는 각계 전문가 참석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좌장을 맡은 박진우 서울대 명예교수는 정부와 대·중소기업, 연구기관 등이 힘을 모아 한국형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토론 내용.
◇좌장(박진우 서울대 명예교수)=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참여하는 관계자가 모두 '윈윈'하는 구조가 돼야 한다. 일례로 모든 공정을 전부 무인화하는 방식은 실패했다. 로봇이 모든 공정을 대체하면 외부 환경에 대응이 느려지고 생산성이 감소한다. 다양한 의견 개진 부탁한다.
◇김광동(KT 상무)=KT는 5G 기반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고 있다. 전통적으로 통신사업자는 B2C 사업을 추진했다. 이제는 산업 영역에서 B2B 사업 기회를 찾는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핵심이 연결이기 때문이다. 물밑에서 상당한 준비를 하고 있다. 현재 기업 대형 공장 스마트화가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빈 공간이 여전히 많다. 이런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포인트가 바로 5G다. B2C 네트워크가 아니라 다양한 분야를 연결할 수 있는 촉발자가 된다.
첫 타깃은 제조업 스마트팩토리다. 대형 공장은 스마트화가 활발하지만 중소기업은 사정이 다르다. 소외돼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개념은 5G 스마트팩토리 서비스다. 금년 하반기 내놓는다. 5, 6월 100개 공장을 대상으로 수요 조사했다. 5G 기반 솔루션 설비 보급해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사업을 선보일 수 있다.
◇권봉현(LS산전 전무)=LS산전은 스마트팩토리 분야에서 공급자이자 수요자다. 지난 20여년간 경험을 바탕으로 보자면 중소기업 스마트 팩토리화에서 아쉬운 측면이 많다. 프로세스 개선 효율화 등에는 다 동의한다. 그러나 전체 로드맵이 없다. 중소기업 상황에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쉽지 않다. 여건이 제한적이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강국이다. 대기업 노하우가 있다. 상생관점에서 대기업이 재원뿐만 아니라 노하우를 전수하는 것도 협력, 지원으로 봐줘야 한다. 대기업은 어떻게 하면 된다는 것을 알고 있고 도와줄 용의가 있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상생형 마켓플레이스가 형성돼야 한다. 진단 로드맵도 만들고 수요 기업 수준 파악해서 매칭, 실행, 점검하고 그 다음 사이클도 넘어가야 한다. 대·중소기업이 단순히 사업 매칭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전주기에서 서로 관리하고 비즈니스 기회를 찾을 수 있게 해야 한다.
◇김영태(중소벤처기업부 기술혁신정책관)=스마트팩토리 추진 방향을 설명하겠다. 디지털화, 지능화, 융·복합화 단계별로 중소기업 스마트팩토리 지원체계를 재설계해 나간다. 디지털화는 제조창업 활성화, 소프트웨어(SW) 개발 등 공급 기업 역량을 강화하고 분석 컨설팅 등 관련 서비스업 육성을 위해 데이터 활용을 확대하는 과정이다. 지능화는 다품종 주문형 생산, 인간·로봇이 협동하는 미래공장 핵심이다.
실제 제품제작과 실험활동을 가상의 제품제작, 공학해석 활동으로 대체할 수 있다. 제품불량과 장비 고장도 사전에 예측하고 실시간 원재료 최적 배합 등 공정제어를 최적화하는 수준으로 끌어 올린다. AI 기반 빅테이터 플랫폼과 클라우드 인프라를 바탕으로 고성능 컴퓨터 시스템을 구축한다.
융·복합화는 제조업과 서비스의 융합을 통해 제조창업을 활성화하는 등 제조업 혁신역량을 제고하고 연관 산업에 활기를 부여한다.
◇이장균(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방법보다는 현상이다. 발생하는 현상을 갖고 어떤 지향점을 만드느냐가 관건이다. 많은 의견이 스마트팩토리로 제한되는데 우리 정책도 마찬가지다. 정말 모든 공장이 스마트화하면 모두가 돈을 많이 벌 수 있을까. 경쟁국, 경쟁사도 스마트화에 열을 올리는데 똑같이 하면 과연 경쟁력을 가질까. 이런 측면에서 우리나라 정책은 전략이 없다. 제조업 경쟁력을 얘기하면서 스마트팩토리 정책은 내놓고 스마트메뉴팩쳐링 정책이 없다.
스마트팩토리는 기존 제조 공정이 대상이다. 현재 우리는 새로운 서비스, 신사업에 대한 논의가 없다. 롤스로이스는 전체 매출에서 서비스 부문 매출이 57%를 차지하는 서비스 시업으로 변신했다. 제조업과 서비스를 이분법적으로 봐선 안 된다. 제조업 낙수효과가 없다는 얘기도 과거 관점이다. 외국 연구소 연구결과를 보면 제조업체 때문에 서비스업이 발전하는 사례가 많다.
또 하나 강조하는 것은 생태계 변형이다. 우리가 매일 같이 플랫폼 비즈니스를 얘기하는데 정작 우리나라는 플랫폼 얘기가 없다. 자본과 인적자본을 가진 대기업 참여가 절실하다. 지금까지는 소비자랑 최종 제조업체가 접점을 만들었다. 앞으로는 플랫폼 기업이 역할을 한다. 제조업체는 플랫폼 기업의 공급자로 전락하고 수익성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황수성(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관)=한국형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얘기하는데 '한국형'이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미국, 일본, 독일 등은 전략상 차이가 있지만 공통적으로 강점과 잠재력을 활용하는 것이 골격이다. 우리 강점은 무엇인가. 그것이 제조업이다. 그 선상에서 서비스 융합, 서비스화를 논의해야 한다.
다만 스마트팩토리에 너무 함몰된 측면이 있다. 궁극적으로 구현해야 하는 모습은 제품, 서비스 융합 비니지스 모델의 혁신이다. 아쉽게도 그런 논의는 정부 내에서도 논의가 많이 이뤄지지 못했다. 스마트팩토리 추진과 함께 서비스 융합 등 새 비즈니스 혁신에도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혁신 생태계 구축도 중요하다. 공급기업 솔루션 기업을 어떻게 육성할 것이냐가 관건이다. 속도전이라고 한다. 가속화할 수 있도록 필요한 인력, 기술, 특허 각종 제도 지원 방안을 고민하겠다.
최호 정책기자 snoop@etnews.com